아르미체

아르미체 크리스띠안 아녜스 데 로차 (Armiche Cristian Yanez de Rocha), 바티키네 사제이자 이단심문관.

까스띠에 북부 출신. 신심이 깊은 가정에서 자라나 여럿 해에 걸친 헌신과 봉사, 공부 끝에 사제 서품을 받았습니다. 서품을 받았을 때 누구보다도 기뻐해준 건 어머니 쪽 친척이자 죽마고우인 엘리아스랍니다. 사실 엘리와 처음 만났을 때 투닥투닥 싸웠지만요. 둘이 낄낄거리며 짖궃은 장난을 모의하기도 했고, 자잘한 사고를 치다가 딱 걸리기도 하고.. 모험이야기를 읽고 감동한 나머지, 무작정 여행(이라 쓰고 가출이라 읽습니다)을 시도하기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부대끼면서 절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사제로써 준비를 착실히 해내가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어떤 친구의 집에서 몇 번 만나게 된 아가씨, 아마릴리스에게 홀딱 반해버렸습니다. 그녀에게는 몇 명의 추종자가 있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사랑의 정렬을 불태웠지요. 아르미체 역시 지금까지 해봤던 헌신과 봉사, 신학공부를 던져버리고 그녀에게만 열중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선택한 사람은 다름아닌 엘리. 아르미체는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둘을 볼 자신이 없었고, 짐을 꾸려서 무작정 아무 배에 몸을 실었습니다.

배가 도착한 곳은 벤델이었습니다. 그는 제니들하고 어울리기도 하고 라스무센을 배워서 다른 유파의 검사들과 싸우기도 했지만, 공허한 마음을 채울 수 없었고, 때론 교회에 꿇어앉아서 펑펑 울기도 했지요. 까스띠에 출신의 사제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데우스의 자비이자, 행운이었습니다. 사제가 들려주는 충고와 가르침은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되었으며, 잠시 묻어두고 있었던 신앙심이 다시 살아났으니까요. 아르미체는 남은 생애라도 데우스에게 바치기로 결심하고 까스띠에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서품을 받았습니다) 예, 실연의 상처를 데우스에 대한 넘치는 빠심으로 채워서.. 사제가 된 것을 축하해주는 엘리에게 진심으로 웃어보일 수 있었습니다 (얌마!)

까스띠에로 돌아오는 길에 몽테뉴를 거치면서, 아르미체는 고민하고 또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얼핏보면 화려하지만 참혹한 삶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몽테뉴. 까스띠에로 돌아와서도 고민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더군요. (몽테뉴의 군대들이 까스띠에 북부 여기저기를 약탈하고 불태우는 모습들을 목격하게 되는데.. 젊은 사제에게는 리전 그 자체를 연상시키기에는 충분했지요!) 아르미체는 '이단을 박멸하고 리전의 불길로부터 가능한 많은 영혼을 구해야한다는' 이단심문관의 가르침에 동조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단심문회에 들어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지요.

어머니의 고향인 아녜스 지역까지 몽테뉴 군들이 쳐들어왔습니다. 그들은 물건들을 약탈한 다음, 여기저기 불을 놓고 이동했지요. 불을 끄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 뛰던 중, 얼떨결에 엘리가 마법사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다못해 자신의 경제적 후원자 요세프만이라도 그 자리에 없었으면 좋았을텐데요. 후원자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그에게 지시했고..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까스띠에 북부의 많은 귀족이 그렇듯, 아르미체의 가문도 몽테뉴가 침공하면서 기존의 영지에서 밀려난 상태. 후원자가 (일정한 제약조건을 내걸었기는 했지만) 돕지 않았다면 가족들은 꼼짝없이 굶어죽었을 겁니다. 아르미체는 굳게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 어떤 고문에 가까운 폭력이나 협박, 회유에도 말이지요. 이단심문회에 들어간 후에도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나빠지는 상황들이란!

최근 사제&이단심문관들이 하나 둘 잔혹하게 살해되는 모습을 보면서, 아르미체는 상관(이자 벤델에서 정신적 구원을 주었던 사제)에게 엘리아스의 일을 보고해야 하는지 갈등하고 있습니다. 리전의 불꽃에 완전히 타버리기 전에 영혼이라도 구해야한다고..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친척을 죽음으로 내몰고 싶지 않습니다.

댓글

orches, %2008/%09/%23 %11:%Sep:

전투 관련 설정: 벤델로 떠나기 전까지는 검 하나 제대로 못잡는 샌님이었습니다. 벤델에서 생활하면서, 화기에 흥미를 느껴서 라스무센 유파에 가입했고, 한 제니에게서 카푸티나를 배워 재빠르게 나이프를 뽑아서 던질 수 있게 되었지요. 카푸티나 대가들처럼 던지자마자 해치우는 수준은 아니지만, 정신없이 도망치는 목표물을 리전의 불길로부터 구해 데우스 품으로 돌려보낼 수는 있습니다 (..) 눈치가 빠른데다가 싸움 경험이 많은 로스 바고스 단원이라면, 아르미체에게 죽은 이에게서 라스무센과 카푸티나의 흔적을 알아볼 것입니다. 언제나 무장하고 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보통 즉시 잡을 수 있는 위치에 무기들을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