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ir Finest Hour(2)

작성자: 알 모르트

이전 글에서1) 언급했듯, 타나리 로드 라반투스를 쓰러뜨린 이 두 명의 용맹은 '돌파 사건'에서 결코 가볍게 다뤄질 이야기가 아니다.

아니, 그 당시 시길을 지킨 무수한 영웅들과 한데 합쳐 비교하더라도 라이잔과 마라켄의 활약은 최소한 다섯 손가락 안에 손꼽힐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유령들의 호소를 들은 후, 필자는 도시홍보부 직원들과 함께 돌파 사건 당시 그들이 라반투스와 혈전을 벌였다는 곳으로 찾아가 보았다.

- 하(下) 구역. -

시길의 대표적인 슬럼가이자, 1일 전쟁 당시 가장 참혹한 피해를 입었던 이 곳.

30여년이 지난 지금 그 때의 참상은 표면상으로는 말끔히 사라졌으나, 그 당시 전장에 가득히 넘쳐흐르던 죽음의 기운은 아직도 남아 이 곳을 시길 내 대표적인 유령 출몰지로 만드는 데에 일조하고 있었다.

필자는 우선 직원들과 함께 그 당시의 전투를 기억하고 있는 생존자들을 수소문했다. 한 시간이 지난 후, 우리는 그 당시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는 어느 노인을 찾아냈다.

노인의 뺨에는 흉한 화상 자국이 있었다. 그 당시 악마들을 피해 불타는 여관 속에서 몸을 숨기다가 입은 상처라고 했다. 노인을 데려온 직원이 “라이잔과 마라켄을 아느냐”라고 묻자, 노인은 조용히 몸을 돌리고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였다.

몇개의 골목을 지나서 그가 우리에게 안내한 곳은 도시 한 켠에 위치한 광장이었다. 광장에는 하나의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비석에는 기스양키 어와 기스져라이 어, 그리고 시길의 공통어로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 오직 서로에게만 죽음을 허락하겠노라고 맹세한 두 전사, 여기에서 언약을 지켰노라. -

노인은 경건히 고개를 숙이면서 우리에게 말했다.

“그들이 잠든 곳이오.”

1) 필자의 'Their Finest Hour(1)'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