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너 교수에게 보내는 편지

(우연한 만남 보기)

펜너 교수님. 당신과의 대화가 끝난 후 여러가지 것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교수님의 조리 있는 논리와 풍부한 식견은 무척 감탄스러웠고, 교수님이 연구하시는 방향에는 충분한 그만의 의의가 있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교수님과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어제는 저희 교회에서 몇 명의 조각가들이 성인상을 막 만들기 시작한 참이었습니다.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조각을 할 것인가를 다투다, 완성된 조각상에 대해 예상도를 만든 다음부터에서야 조각에 착수하기 시작했습니다. 교수님께서 보셨다면 저 다양한 조각가들이 다양한 도구로 조각을 완성시켜 가는 과정에 대해 자신의 주장대로 되었다 말할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교수님, 그들에게는 머리속에 있었던 것은 완성된 하나의 조각상의 모습입니다.
아무리 백명의 조각가들이 천개의 서로 다른 망치와 징을 가지고 돌을 깎는다 한들, 하나의 통일된 이미지가 머리 속에 그려지지 않는다면 그 작품은 아무 쓸모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야기 했듯 방 안에 빛을 내려쬐기 위해서는 창문이 필요합니다. 창문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빛이 들어오는 형태는 확실히 달라집니다.
그러나 교수님, 아무리 창문이 방안에 무수하게 많다고 하더라도 태양이 비치는 방향을 향해 창을 내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어떠한 창문도 그 스스로 빛을 낼 수는 없는 법입니다.

교수님께서 소외된 벨가스트 지방과 잊혀진 이방인들의 역할을 역사 속에서 재조명하기 위한 노력은 무척 고귀한 일이며, 마땅히 높이 평가받을 일입니다.
그러나 이 왕국이 세워진 기반에는 우노스 정교회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그 다양한 사람들은 '하나의 위대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신념 아래 뭉쳤습니다. 그 것에 동조하지 못한 이들은 결국 세렌과 마그누스와 같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하나의 공통된 이념 아래 뭉치지 못한 채 아웃사이더가 된 자들의 행적은 아무리 높게 봐주더라도 역사상의 조연에 불과할 뿐입니다. 교수님과 같이 현명한 분이라면 분명히 이해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교수님에게 항상 우리 주, 데오스의 축복이 있기를.

- 크리소스토무스 -

(펜너 교수의 답신 보기)

댓글

_엔, %2007/%10/%21 %19:%Oct:

크림소스 수사님에 대해서 조금씩 알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지적이고 매우 교육받은 말투를 쓰시지만 결코 부드러운 분은 아니신 거죠. 이런 분이 난세에 태어났다면 자비에르(…)?

창문과 태양의 비유 너무 계속 쓰시니까 웃음이 나요;

 
오승한, %2007/%10/%21 %21:%Oct:

아니, 저토록 상대를 존중해주는 수사에게 무슨 험담을!?(….)

창문과 태양의 비유는…. 뭐, 일단 가장 어울리는 비유라고 생각해서 계속 써먹었습니다;

 
로키, %2007/%10/%24 %07:%Oct:

펜너 교수의 답신 올리고, 링크 추가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