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길의 날

잠이 깼다. 밖이 꽤나 시끄러웠으니까..

내가 잠이란 버릇을 배운 것은 최근이다. 일단은 악마니까, 굳이 이렇게 잘 필요도 없었고.

그러고보니 나한테 잠버릇을 가르쳐 준 게 누구였지? 친구로 삼아 볼 만 하지만 분명 이미 죽은지 오래겠지.

술이나 약물은 대체로 통하지 않거나 너무 위험했으니까, 잠은 그 자체로 정신을 안정하는데..

또 시끄럽다. 무슨 일이 있었나? 아아 그러고보니 오늘은 축제였지.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기억하고 있었던 거 같지만 최근 기분이 그리 좋지 못 하다. 지금 내 앞에서 시비거는 놈이 있으면 엉덩이에 키스해주는 대신 킥 해줄 거 같은 데..응, 잠깐 이거 뭔가 잘 못 된 거 맞지?

그러고보니 어떤 녀석이 연극을 할 거라면서 거기 악마 역으로 참가할 거냐고 했던 거 같군..그녀석 지금은 어디 박혀 있더라..아무튼 나가기로 했다.

떠드는 소리와 광희의 냄새,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거기서 퍼져나가는 광기의 냄새. 오랫동안 '얌전'히 지내왔지만 본성적이랄까 먹잇감들을 지켜 보는 느낌이 꽤나 좋아졌다.

“이봐 아가씨 나랑 같이…뭐야 악마잖아?”

“그래서?”

나는 웃어줬다. 내 모자 위의 '눈'도 웃어줬다. 그리고 …(후략)…

“아 모이신, 그 뭐시기, 기쓰 부부네 연구는 잘 되어가?”

“그건 뭐냐. 몰라 지금은 묻지 마. 지쳤다고..”

“아 그거 가지고 무슨 도시 선전한답시고 나대더라.”

“써글…하여간 날파리들 같으니..”

기분이 고양되었다랄까, 잡쳤다랄까. 요컨대 이 축제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향내가 나도, 그건 자기네들 변죽에 맞게 장식한 것들일 뿐.. 결국 귀찮은 날파리는 몇 마리쯤 쫓아내야 겠지.

나는 다시 한숨을 내쉬고, 돌아가려다가 일단 기운이나 복돋으려고 축제 구경을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