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오브 더 불행

(나인 스완 크래프트는 탈출의 꿈을 꾼다.)

베리티 러브가 마그누스의 도가니를 깨뜨리고도 잠시가 모자른 하루 뒤. 해가 지고 달 뜰 무렵.

마법학부의 특유의 - 버클이 수십 개 달려있는 새카만 제복을 입은 한 소녀는 하지 축제 준비를 위해 분주한 학생들 사이에서 홀로 동떨어져 고양이의 발바닥을 괴롭히고 있었다.

“말랑. 말랑. 말랑. 냐아, 냐아. 너도 기분 좋지? 좋다고 말해.”

입가에는 홀로 황홀하다고 우기는 객관적으로 불길해 보이는 미소를 띄고, 화단의 벽돌 단에 앉아 시종일관 고양이의 젤리를 꾹꾹 괴롭힌다. 고양이에게 인간의 말을 하라는 말도 안 되는 강요를 하며 분주한 학생들 사이에서 홀로 망중한.

“아, 학생장, 쫌!”

고양이가 결국은 그녀의 횡포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

“내 우아한 젤리가 망가지잖아!”

온통 새카만 가운데 홀로 하얀색인 마스크와 배, 그리고 네 발의 양말. 어느 모로 보아도 훌륭한 턱시도 고양이다. 그런데, 말했다. 그럼에도 마법학부 학생장 - 이름은 줄리아나, 성은 캐플레트라 한다. - 놀랍지도 않은 모양이다. 앞머리를 일자로 자른, 새카맣고 우아하게 굽슬거리는 긴 머리가 인상적인 소녀. 자그맣고 우아한 체구에 평범한 교복이 사뭇 불길해보이기 까지 하는, 온 몸을 두르고 있는 버클은 32개인 한번 보면 잊지 못할 소녀.

그리고, 그녀가 괴롭히고 있는 어느 모로 보나 훌륭한 고양이인 청년은 나인 S 크래프트. 신비학적으로 가장 완벽한 숫자 9를 이름으로 부여받고 39개의 버클을 온 몸에 두른 신비학의 총아, 일터이나…

지금은 그저 고양이.

“냐아.”

* * * * *

나인 S 크래프트, 혹은 스완(S) 청년 고양이는 생각했다. 앞발을 할짝할짝 그루밍하며, 이대로 고양이의 습성이 물들어 버리면 인간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자신은 언제까지 고양이어야 하는 것인가.

크래프트 청년, 혹은 신비학의 총아. 그러나 유명한 내용은 사촌동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줄리아나 캐플레트의 타의적 딸랑이. 그는 마력이 강한 만큼 불안정한 마력으로도 유명했다. 그런 그의 마력불안정은 마력의 일부가 동년 동월 동일 동시 동초에 태어난 '누군가'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온전히 그에게 가야만 하는 마력이 손상되어 나이가 들수록 강해지는 마력은 그야말로 고삐 풀린 야생 망아지.

그 자신의 불행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제어 안 되는 줄리아나 같은 마력은 학부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보물인 ‘보스코의 마법서’를 파손하고 마는 기염을 토해 낸다. 기어이 인생 최대의 빅 엿을 터뜨린 마력군에게 잠시 박수. 그것도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다.

어차피 남의 불행은 자신의 행복이라 생각하는 줄리아나에게는 혈족의 불행 따위 아무런 타격도 없었고, 마력 폭주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인 고양이 모습을 보더니 사촌동생을 돌본다는 미명 아래 하지 축제 준비를 당당히 땡땡이치는 위엄 어린 행적을 선보이기까지 한다.

그 때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앞을 가리는 스완 청년.

훌륭한 턱시도 고양이 청년은 분홍빛 입술을 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냐아, 가엾은 내 인생 같으니.

잠시 눈물좀 닦고.

* * * * *

고양이 청년의 회상은 하루 하고도 잠시 전으로 되돌아간다.

—베리티 러브, 도가니 파손 3시간 전.

“학생장, 부르셨다고 해서 왔는데요.”

“오, 어서와 스완 청년.”

“제발 그 이름으로 부르는 건 그만둬주세요. 제겐 나인이라는 훌륭한 이름이······.”

“그럼 스완 꼬마.”

스완 청년, 혹은 나인 S 크래프트는 오늘도 줄리아나 학생부장의 치다꺼리를 위해 학생부에 출두했다. 그 자신은 학생부 소속이 아닐진대 왜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건지 당최 알 수가 없다. 친척이라는 단어에는 거절할 수 없는 이상한 마력이 있어서 오늘도 호출에 응하고 마는 것이다. 아마 저 여자는 전생에 자신의 강력한 천적이나 원수가 아니었을까. 그것도 불구대천의. 나인은 온갖 상념이 뒤섞인 질척하고 무거운 한숨을 내 쉬었다.

“오늘의 할 일은 다 했겠지, 나인 신데렐라 크래프트?”

“남의 이름을 이상하게 개조하지 말아요.”

나인이 체념 어린 목소리로 눈을 반쯤 뜬 채 줄리아나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요지부동으로 나인의 대답을 기다릴 뿐이다. 아, 실수. 자신이 원하는 나인의 대답을 기다릴 뿐이었다.

“내가 오늘 너에게 시킨 일은 축제 준비 상황 파악, 마법학부 각 출품작의 안전성 점검, 씹어먹, 아니 연금학부의 학생부장과 만나 사용하는 특수강의실 파악하기 정도밖에 되지 않을 텐데.”

“네, 그리고 제가 그 말을 전달받은 지는 아직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고요.”

줄리아나는 나른하게 옆머리를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감으면서 나인을 응시했다. 아무 표정도 없이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할진데 등 뒤로 소름이 돋는다. ‘저 여자는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어-’ 나인은 등 뒤로 돋는 소름의 정체를 파악하고는 바로 다음 말을 이었다.

“아, 알았어요! 대신 해서 골동품 창고에 들어가면 되잖아요!”

“진짜? 그래줄래?”

“네, 가요. 갑니다. 지금 갈게요!”

“그럼 가는 길에, 먼저 이 서류랑 저 책이랑 도서관에 반납하고 다음으로 이 목걸이랑 저쪽의 커다란 인체모형을 골동품 창고에 넣어줄래? 꼭 도서관에 먼저 반납해야 한다? 대여기간이 지났다고 자꾸 사람을 보내오지 뭐야. 잘됐네, 잘됐어. 누군가 도서관 근방으로 나갈 일이 생기면 가는 길에 부탁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가는 길이 아니잖아요.

나인은 한숨을 씹어 삼키고 묵묵히 짐을 챙겨 마법학부 학생부실의 아래층에 있는 골동품 창고를 뒤로하고, 정 반대의 도서관에 먼저 들러 네 권 정도의 거대한 마법서와 서른 여섯장의 두꺼운 양피지 더미를 반납했다. 그리고 불쌍한 무언가를 바라보는 연금학부 학우의 시선까지 선사받았다.

“다음은 또 뭐였지, 인체 모형이랑 목걸이였나?”

나인같은 청년의 힘으로도 무거운 인체모형이니, 분명 줄리아나 같은 작은 여성에게는 무리한 무게일 것이다. 실제로 자신이 들고 오는데도 한 시간 반 이나 걸리지 않았나. 나인 청년은 건실한 방향으로 자신의 생각을 돌리며 인체 모형의 목에 목걸이를 걸고 간신히 아까의 마법학부로 돌아와, 학부원들 모두에게 다시 한 번 동정의 시선을 받으며 지하층으로 내려갔다.

* * * * *

그리고, 지금은 줄리아나의 장난감 고양이 신세.

이 여자는 눈치도 없이 아직도 그의 젤리를 갖고 놀고 있다.

사실 이렇게 그의 아련한 시선을 따라 과거로 따라가지 않더라도 쉬이 상상할 수 있는 일이기는 했다. 무거운 물건과 지친 몸, 책장 높은 곳에 꽂혀있는 지극히 낡아 빠진 마법서. 연금학부에서 칭송하는 중력의 법칙과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의거, 중력의 가속도로 기울어진 인체모형과 보존된 에너지로 낙하한 마법서.

그리고 놀란 마음에 요동친 마력에 마법서의 낡은 나무 표지가 쪼개지고, 서로 부딪힌 속성이 다른 마력으로 환한 빛이 터지고, 빛에 노출된 그의 마력은 다시금 질주하기 시작했다. 파파팡- 온 몸의 제복에 장착되어 있는 짙은 검은색의 버클에 금이 가더니, 기어이 가루가 되어 터져 사방에 금속 가루를 뿌린다.

아직 덜 자란 몸에 강대한 마력이 존재하는 마법학부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학원측에서는 ‘버클’ 이라는 특수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장식품을 지급한다.

졸업하여 성인이 된 이후에는 보통은 한 두 개 정도로 족하지만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기에는 마력의 강도와 비례하여 평균 7개 안팎 정도를 사용하며, 그 강도는 절대 깨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한 버클 39개가 동시에 터져나가며 가뜩이나 제어되지 않는 마력이 사방에 넘실넘실 퍼지며 학원을 뒤엎었고, 자신은 터져나가는 파편에 얻어맞은 머리를 간신히 부여잡고 고양이로 변해 서둘러 탈출했다는 이야기.

이로 인해 마력 제어가 서툰 학생이나, 마력을 가지고 있지만 깨닫지 못한 학생들이 새로이 마력에 눈을 뜨거나 자신도 모르게 마력을 사용하게 되었다는 건 아직 나인이나 줄리아나가 모르는 이야기.

댓글

로키, %2014/%01/%09 %02:%Jan:

ㅋㅋㅋㅋ 줄리아나 성격 재밌네. 스완, 아니 나인군에게는 그저 안습(..) 마력을 제어하는 버클이라는 설정도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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