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로칸

“빌브링기 독충의 아종을 이런 곳에서 볼 수 있다니 놀랍지 않느냐, 로어틸리아? 틀림없이 이건 항성간 이동의 증거가… 로어틸리아? 틸? 이런, 살루시안 식인덩굴은 열을 좋아하니까 라이트세이버를 켜면 역효과라고 몇번이나 이르지 않았더냐. 나는 아까전 그 언덕에 올라가서 지세를 살피고 있을테니 빠져나오면 그쪽으로 오너라. 듣고 있느냐? 하여튼 식인덩굴하고 싸운다고 스승 말은 들은척도 않다니 요즘 젊은 것들이란…”

- 마스터 티로칸

발굴

공화국의 아이들이 부모를 떠나 제다이가 되는 데는 많은 사연이 있습니다. 그중에 때로는 비극적인 사연도 있고, 어떤 경우이든 제다이가 된다는 명예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요구되는 크나큰 희생 사이에 갈등이 있게 마련이죠.

그런가 하면 마스터 티로칸 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오사리안의 작지만 붐비는 우주항에서 두명의 파다완과 두명의 수련생이 소풍나왔다가 길잃은 아이들마냥 뎅그라니 일행에서 떨어지게 된 사정은 지금 와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다이 템플 견학갔다가 자기 아카데미 일행과 얼결에 헤어졌으니 딱 소풍나왔다가 길잃은 아이들이긴 합니다만…) 정신없는 우주항 한가운데서 아카데미로 돌아갈 배편도 없이 막막하던 그들은 밥이라도 먹자고 배낭을 열었는데, 그중 파다완 제나'니에이의 짐에서 듀로스 아기가 굴러나오자 가뜩이나 막막한 이들의 상황은 한층 더 막막해졌습니다. 언제 어떻게 짐에 아기가 기어들어갔을까 하고 심각한 고민을 해보아도, 이도 안난 회색 잇몸을 가득 보이며 활짝 웃는 아기는 대답해줄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죠.

결국 파다완과 수련생들은 제나'니에이의 머리촉수를 당겨대는 아기를 업고 우주항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혹시 듀로스 가족, 혹은 듀로스 아이를 잃어버린 가족이 있나 물어보고 다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더 복잡한 것은 아직 경험이 없는 그들도 알아볼 수 있는 포스 잠재력이었습니다. 대체 이 아기를 데려가야 하는 건지 어떤지 고민하며, 오사리안 행성의 태양에 잦은 플레어 현상 때문에 통신도 제대로 안되는 상황에서 그들은 마침내 한떼의 듀로스 아이들과 그들을 인솔하는 성인 듀로스와 마주칩니다. 다행히도 아이는 이쪽 일행이 맞았던 모양이고, 듀로스인 인솔자는 우리 로까 그새 또 어디로 갔었냐며 반가워하지요.

'로까'라고 불린 아이가 제나'니에이에게 엉겨붙는 동안 수련생 하나가 얼결에 아기의 포스재능 얘기를 꺼내고 (사실은 얘를 데려가는 게 좋은지 어떤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었지만), 듀로스 인솔자는 장난감을 두고 악악거리는 아이 두명을 떼어놓으면서 '로까 이 형아들이랑 누나랑 같이 가고 싶니?' 하고 묻습니다. 로까가 또 그 이빨 없는 입으로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듀로스인은 '그럼 모두 로까한테 바이바이~' 하며 지나쳐 가고, 아이들은 정말로 아기에게 손을 흔들며 일제히 인솔자를 따라가 버립니다.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어안이 벙벙한 파다완과 수련생, 그리고 생글생글 웃는 로까만을 남겨놓고 말이죠. '이게 정말 말도 못하는 아기의 수락으로 되는 일인 거야?!' 하는 절규가 들린듯한 건 착각이었을 겁니다. 암요.

정말로 엉겁결에 듀로스 아이의 보호자가 되어버린 네 파다완은 우여곡절 끝에 아카데미로 돌아가는 배편을 구하고, 아이를 업은채 초죽음이 되어 아카데미에 입성합니다. 뭐 그 나이의 아기가 포스 사용을 보기만 하고 배울줄은 상상도 못했던 터라, 로까가 항법장치를 포스로 조작하는 바람에 다같이 몰살할 뻔한 위기를 넘기기도 했지만 제다이 지망생들에게 그정도 고생이야.(?) 또한 말도 못하는 아기 때부터 이미 듀로스인의 지각력과 기억력은 비상하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게 되었죠. 말을 배운 나이까지 로까로만 알려졌던 아기가 자기 본명은 '티로칸'이라고 정확하게 밝혔을 때라든지, 아기때 헤어진 가족의 연락처를 정확히 기억해서 무심히 연락을 취했을 때라든지. ('아, 오랜만이구나, 로까. 잘 지냈니?' '응.' '무슨 말썽은 안 부렸고?' '끊어.')

경력

수련생기의 티로칸은 엉뚱한 아이였다고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수업시간에는 꼬박꼬박 졸고 라이트세이버 훈련시간에는 레이저쇼를 벌이지 않나, 포스력을 보이라니까 훈련 교관을 거꾸로 뒤집어버리지 않나. 능력이 특별히 빠지는 데는 없었지만 하는 짓이 너무나도 특이했고, 항로 지도와 이국적인 풍토의 행성에 관심이 많아서 제다이 탐험 부서에 들어갈 것이 사실상 확실시되었었죠. 무슨 짓을 할지 무서워서 탐험부서에서 거부했다는 후문도 있지만, 어쨌든 진로가 애매하던 차에 어린 티로칸은 아카데미의 복도를 걷다가 자신을 처음 발굴(?)했던 나이트 제나'니에이와 마주칩니다. 그리고서는 그녀를 척 가리키며 '제나, 나 제다이 되게 가르쳐줘요.'라고 말하죠. 제다이가 되는데, 아니 자기 진로에 관심 자체를 안 보였던 그가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는 일입니다. 포스의 뜻이 맞고 제나'니에이는 티로칸을 제자로 받으라는 결정을 내린 아카데미 마스터들이 무슨 생각이었는지 역시.

제나'니에이로서는 정말 황당하기 이를데 없는 일이었지만 어쨌든 그녀는 티로칸을 정성들여 가르쳤고, 티로칸은 어느날 '이제 나이트 시험쳐도 되겠네.'라는 말과 함께 정말로 스승이 정한 모든 시험을 당연하다는듯 통과해서 나이트가 됩니다. 제나'니에이 역시 얼마 가지 않아 어렵잖게 마스터로 인정받지요. 칼네이 행성의 폭격 와중에 티로칸이 라이트세이버를 껐다 켰다 해서 군사신호를 흉내냈다가 숨어있는 곳에 폭격이 떨어지는 바람에 둘다 죽을 뻔하고도 티로칸을 살해하지 않을 정도의 내적 평정이라면 마스터 따위 문제없다는 공의회의 판단이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아니면 죽을 고생한 제나'니에이에 대한 동정표였을지도요.

어쨌든 나이트가 된 티로칸은 소원대로 먼 행성을 돌아다니며 탐험 일을 했고, 몇년 후 제다이 템플에 들렀을 때 룩스 오토르라는 파다완을 제자로 받으라는 얘기를 듣고 어깨를 으쓱하며 룩스에게 따라오라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 제자를 달고 훌쩍 떠납니다. 독이 끓는 늪지대를 비룡을 타고 건너고, 거대한 털북숭이 유대(有袋) 동물의 주머니 속에서 가혹한 진눈깨비를 피하면서도 태연자약한 그의 태도는 포스의 평정인지 아니면 기인의 증거인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해도, 어쨌든 탐험가 제다이에게는 더없이 적합한 자질이었습니다.

재앙

그의 폭넓은 여행은 공화국의 경계 밖에까지 닿아서, 타투인에 내린 티로칸은 우주항에서 좀 쉬자는 룩스를 데리고 사막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반타 무리를 관찰하다가 사막 어귀의 작은 부락을 우연히 발견합니다. 광부나 폐부품 수거인 등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었지만 이들은 두 제다이를 환대해 주었고, 둘은 사막 안내인인 라멜 듄서쳐와 그의 아내 죠드라의 집에서 묵게 됩니다. 젊은 부부는 갓난 딸 로어틸리아와 피나틸리아를 돌보느라 피곤했지만 제다이들을 최선을 다해 대접했습니다. 티로칸이 포스력으로 두 아기를 거꾸로 들었다가 편대비행(..)을 시켰다가 하자 자매는 좋아서 어쩔줄 모르면서 날아다녔죠. 라멜은 껄껄 웃고 죠드라는 애들이 혹여 떨어질까 조마조마해하면서 즐거운 저녁이 흘러갑니다.

티로칸은 로어틸리아를 공중에 뱅뱅 굴리고 깔깔 웃는 피나틸리아를 천장에 거꾸로 매단채 두 아이에게 포스재능이 있다는 말을 지나가는 얘기처럼 꺼내고, 두분이 괜찮다면 쓸만한 제다이가 될 것 같다고 무심하게 말합니다. 젊은 부부는 근심스러운 표정이 되면서 이렇게 빈곤하게 자라는 것보다는 넓은 세상에서 재능을 펼치는 것이 나을 거라고 합니다. 다만 딸들하고 헤어지는 결정을 내리기가 너무 힘들 뿐. 티로칸은 충분히 생각해 보시라고 말하고 모두는 잠자리에 듭니다.

잠을 청할 수 없던 룩스는 밖으로 나갔다가 우연히 모래 속에 묻은 물건을 발견하고, 상자 속에서 엄청난 양의 수류탄과 블래스터를 발견하고 경악합니다. 그는 달려와서 스승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마을 사람들과의 험악한 대면이 이어집니다. 마을 전체가 무기 밀수와 밀매에 관여하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된 두 제다이는 망연자실합니다. 보내주면 이 사실을 당국에 알릴테니 살려보낼 수 없다는 사람들과 그냥 자수해서 광명찾자(?)는 사람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극도로 긴장된 상황 속에서 한발의 블래스터음이 울리자 모두의 두려움은 폭력으로 폭발합니다.

블래스터 빔이 날아오고 주변에는 수류탄이 터지는 가운데 공황 상태에 빠진 룩스는 닥치는대로 마을사람들을 베기 시작하고, 아무리 진정시키려고 해도 통하지 않자 티로칸은 광란한 제자를 라이트세이버로 막아섭니다. 그날밤 나이트 티로칸은 자신이 보호하고, 가르치고, 포스의 길로 인도하겠다고 맹세한 제자가 자기 검 밑에 쓰러지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제자까지 희생시켰는데도 한번 피맛을 본 사람들은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숨겨두었던 무기의 연쇄폭발까지 일어나면서 휘말려서 죽는 사람, 이김에 무기밀수망을 장악하려고 일어나는 조직적인 살인, 혼란중에 해묵은 원한을 풀려고 일어나는 살인… 반쯤 넋이 나간 상태에서 자신을, 그리고 공격받는 마을 사람들을 방어하는 티로칸의 라이트세이버는 여러번 타투인의 모래를 피로 적셨습니다.

사막 위로 다시 한번 태양이 떠올랐을 때 그 빛은 단 하룻밤만에 초토화된 부락을 비추었습니다. 몇 안 남은 생존자들은 서로와 제다이를 두렵게 쳐다보며 감히 다가오지 못했고, 생존자 수색을 도와달라는 티로칸의 간청에 반응한 사람은 한둘 뿐이었습니다. 무너진 집들을 뒤지다가 티로칸은 듄서쳐 부부의 집 잔해에서 죠드라의 시체, 그리고 폭발이 일어나면서 그녀가 감싸서 무사했던 두 아기를 발견합니다. 죽은 엄마의 품에 편안하게 안긴채 그를 보고 까르르 웃는 자매를 그는 양팔에 하나씩 안아서 데리고 나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인도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시체조차 수습할 수 없었습니다. 산 자보다 죽은 자가 너무 많아서… 모래에 무덤을 파는 것은 소용없는 짓이었고, 티로칸은 제자의 눈을 감겨준 후 대부분 자신을 경계하고 미워하는 10여명의 생존자들을 이끌고 마을에 등을 돌립니다. 폭발에 방풍벽이 무너졌기 때문에 며칠 내로 모래폭풍이 모든 것을 덮어서 마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기억에만 남았을 뿐. 티로칸의 배낭에서 고개만 빼꼼 내밀고 옹알이를 하는 두 아기에게는 그마저도 남지 않았습니다.


“불행한 일이었지.”
-마스터 티로칸

망가진 제다이

제다이는 포스 능력자이며 공화국의 수호자입니다. 보통 사람보다 훨씬 강인한 그들에게는 보통 사람으로서는 견딜 수 없는 시련과 과제도 많이 주어집니다. 그것이 공화국을 수호하는 자들의 본분이며 힘을 가진 사람의 의무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때로는 제다이조차도, 강한 능력과 마음의 평정으로도 견딜 수 없는 일도 있게 마련입니다. 견딜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면 기계나 몸처럼 정신도 망가질 수 있죠. 공의회 내에도 은연중에 '망가진 제다이 (broken Jedi)'로 통하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때로는 은퇴하기도 하고 강제은퇴(..)당하기도 하고 아예 공의회에 등을 돌리기도 하지만, 좀 상태가 낫거나 딱히 은퇴시킬만한 사유가 없는 제다이들은 공의회에 남기도 합니다. 물론 중요한 임무는 주어지지 않고 암암리에 소외되긴 하지만, 많은 경우 그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채…

이들은 어려서부터 공의회밖에 몰랐기 때문에 그나마 낯익은 장소와 낯익은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에 위안을 느끼고, 그 점을 공의회도 알기 때문에 공의회에 두는 게 위험할 정도가 아니면 왠만해서는 이들 망가진 제다이의 존재는 용인됩니다. 공화국에 모든 것을 바쳤다가 모든 것을 잃은 이들을 매몰차게 내칠 수 있다면 오히려 제다이로서의 자질을 의심해볼만 하겠죠.

나이트 티로칸이 제자 없이 두 갓난아이를 양팔 밑에 하나씩 끼고 돌아왔을 때 그는 누가 봐도 망가진 제다이였습니다. 아이들을 한마디 말도 없이 아카데미 접수대 위에 내려놓고 타투인의 작은 마을에서 있던 일을 공의회에게 두세문장으로 보고한 그는 이후 근 반년간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딱히 위험행동이나 착란행동을 보인 것은 아니었고, 그저 말을 하지 않을 뿐이었습니다. 정원을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기도 하고, 가만히 앉아 하늘을 쳐다보기도 하고.. 하지만 말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공의회 마스터들은 작게 한숨을 쉬고 망가진 제다이가 하나 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습니다. 주변에서 자신을 불쌍하게 보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티로칸의 생활은 평온했습니다.

어느날 정원을 걷던 그의 발치에 색색의 작은 고무공이 맞습니다. 낯익은 아기 하나가 공을 주우러 달려와서 그에게 아직 이도 몇개 안난 입으로 방긋 웃어주는 모습을 티로칸은 말없이 지켜봅니다. 그가 침묵의 벽 속에 갖혀있는 동안, 혹은 숨어있는 동안에도 그가 시체의 품안에서 발견한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고… 똑같이 생긴 두번째 아기가 쫓아와 둘이 노는 양을 잠시 보다가 티로칸은 두 아이의 옷 뒷자락을 붙잡아 들고, 공은 포스력으로 띄워서 쌍둥이와 공 모두를 아카데미 유아원에 되돌려 놓습니다.

그길 그대로 임무통솔과로 간 그는 가능한한 멀고 사람없는 행성으로 단독 탐험임무를 요청하고, 나이트 티로칸이 말을 했다는 사실에 기절초풍한 직원들이 채 회복하기도 전에 임무를 받아 나옵니다.

그날부터 티로칸의 제다이 탐험가 경력이 다시 시작됩니다. 아무리 위험한 곳도, 낯선 곳도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찾아다니는 그는 오히려 변방일수록, 사람이 없는 곳일수록 선호했습니다. 광대한 우주의 무한한 다양성 앞에서는 조그만 사막 행성에서 하룻밤동안 벌어졌던 일들은 그저 머나먼 사막 행성에서의 하룻밤일 뿐이었습니다. 수백 수천만의 행성에서 낮과 밤이 바뀌고, 하늘까지 솟는 마그마가 대륙을 부수며 만들고, 거대한 빙하가 굉음과 함께 바다로 무너져 흐르는 광경들 앞에서 한 사람의 고통, 한 사람의 기억은 무한히 작았고, 그는 그 사실에 위안을 느꼈습니다. 가끔 그가 들른 행성에 모험가나 다른 탐험가, 혹은 작은 촌락이 있기도 했지만 그들이 아무리 제다이를 대접하고 싶어해도 그는 다시는, 다시는 누구에게도 숙박이나 식사 신세를 지지 않았습니다.

어느날 근 2년만에 제다이 템플에 들렀을 때 티로칸은 공의회 앞으로 납치되어(?) 파다완 로어틸리아를 제자로 받으라는 얘기를 듣습니다. 어떻게 아기가 벌써 파다완이냐는 '조금 호전되었지만 여전히 망가진' 제다이의 질문에 마스터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이제 10대가 된 파다완을 보고 티로칸은 자신의 시간축을 조금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라멜과 죠드라를 그대로 닮은 얼굴을 한채 룩스가 서있던 바로 그 자리에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는 소녀, 그의 죄이며 그의 속죄인 아이에게 티로칸은 어깨를 으쓱하며 따라오라고 말합니다.

삶과 우주와 기타등등

백여개의 행성을 탐험한 티로칸은 몇가지 단순한 사실은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낮이 지나면 밤이 온다는 것 (비록 낮과 밤이 각각 200 표준년씩이라 해도), 혼돈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거대한 질서의 표현이며, 질서처럼 보이는 것 속에는 무수한 혼돈이 숨어있다는 것. 죽음과 삶은 무한한 순환을 이루고 있다는 것. (어미의 시체를 파먹고 나오는 거대 고르맥 구더기들을 물끄러미 보다가 '저걸 보니까 너하고 피나틸리아가 생각나는구나.'라고 뜬금없이 던진 한마디에 로어틸리아는 상당히 황당한 표정을 짓긴 했습니다만..) 뒤틀리고 망가진 것마저도 전체가 맞물리는 조화 속에서 뭔가 할 역할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티끌만한 벌레에서 행성의 운행까지 모든 것 안에 내재한 포스의 의지가 감싸고 있다는 것.

어쩌면 그가 타투인에서의 사건 이후 제다이로서 기능할 수 있을만큼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처음부터 혼돈과 우연 속에서 헤엄칠 수 있는 정신을 가졌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조금 망가진 제다이라 하더라도 유용한 일을 할 여지는 아직 많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탐험한 행성 중 많은 곳이 새로운 자원의 보고가 되기도 했고, 갈곳없는 피난민들을 위한 정착 프로그램의 일부가 되기도 했듯 말이죠.

어쩌면 견딜 수 없는 고통과 회한의 끝은 순간순간의 작은 평온, 혹은 평화하고도 닿아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런 작은 행복은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많은 댓가를 치르고 얻어야 했기 때문에 더욱 값진 것일지도 모르죠. 그리고 때로는 아무리 노력하고 아무리 헌신하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완전한 결말은 찾아오지 않고, 조금은 불완전하고 조금 아픈 속에서 만족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몫이라면.

모를 일입니다. 우주는 쓸데없이 넓고 지나치게 알아먹기 힘든 곳이니까요. 그 본질은 혼돈과 우연이기 때문에 더더욱… 살짝 고장났지만 아직 돌아가고는 있는 늙은 탐험가 제다이는 그 한가지만은 잘 알고 있습니다.

에잇 아직 업데가 안 되었군요 (바라는 게 많다) NPC 제다이가 전부 무슨 드라마틱한 사연이 많은데 반해 얘는 (…저런 얘가 스승이니 틸이 비뚤어지..(응?))
일단 써보았습니다. 다 쓰고 나니 틸이 더욱 불쌍해집니..(혼돈 중립 스승에서 질서 선 성향 스승에게로 도망친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 로키 (2007/03/05 00:01)

시트

  1. 특성치
    • 이성 6d6
    • 신체 5d6
    • 마음 4d6
    • 의지 5d6
  2. 능력치
    • 불안정한 정신 1d4
    • 꼭 싸워야 한다면 싸울 수 있다 2d6
    • 기상천외하게 사용하는 포스력 2d8
    • 외계 생태에 대한 지식 2d10
  3. 인간관계
    • “로어틸리아, 파장 분석기좀 다오. 아, 이제 파다완이 아니지. 에잉.” 3d8
    • “그 아이가 날 죽이고 싶어한다 해도 어떻게 내가 원망 같은 걸 하겠냐.” 1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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