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1. 귀향

밤에 그들이 엘리아스와 발로르를 데려왔다. 정신을 잃은 채 들것에 실려온 그를, 흔들리는 등불 속에 죽은 듯 창백한 얼굴을 보고 란초 야녜스 사람들은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란초 베하라노에 말떼를 배달하고 돌아오던 일행에서 갑자기 이탈해 사라진 그가 며칠만에 왜 이런 꼴이 되어 돌아왔는지 아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엘리아스를 인계하고 간 사람들은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군사적인 태도와 검은 제복 소매의 늑대 머리가 눈에 띄었을 뿐. 의례적인 인사만을 주고받는 목소리에서는 아이젠 억양이 짙게 묻어났다. 아이젠인들이 발로르의 고삐를 넘기고 어둠 속으로 신속하게 사라져가는 동안 엘리아스는 열에 들떠 뒤척이며 아마릴리스를 불렀다.

2. 아침

어렸을 때부터 쓰던 방에 데려다 놓은 엘리아스는 고열에 시달리며 이틀을 꼬박 앓았다. 의식과 무의식을 오가는 목쉰 속삭임 속에는 아르미체 이 개자식, 빌어먹을 아이젠 년, 아버지, 이단심문회, 그리고 아마릴리스, 아마릴리스, 아마릴리스. 미 브리요, 이 미 아모르.

(몇 번이나 어둡고 지독하게 추운 그 숲에서 말을 달리고 있다. 그리고 매번 벼락과 같은 총성이 하늘을 가르고, 발로르가 비명을 지르듯 히힝거리고, 고통으로 머릿속이 하얘진 채 그는 흙과 쌓인 낙엽과 얼굴을 할퀴는 나뭇가지 사이에 뒹군다.

다가오는 발걸음은 사뿐하면서도 절도있고, 겨눈 총구 너머로 그를 보는 눈빛은 미움도 승리감도 없이 냉정하다. 젠장, 알지도 못하는 당신에게 내가 뭘 잘못했지? 날 내려다보지 말란 말이다. 그녀에게 가야 해… 아마릴리스.. 미 브리요, 미 아모르, 그녀에게 약속했는데…

몇 번을 꾸어도 마찬가지이다. 끝도 없이 반복되는 꿈은 단 한 번도 변하지 않고, 매번 그는 숲 바닥에 쓰러져 흔들림 없는 그 총구와 눈빛을 올려다보며 절망을 맛본다.)

간병하던 코르넬리아가 이틀이 되던 날 방에 들어갔을 때 엘리아스는 침대에 멍하니 일어나 앉아 창밖에 밝아오는 차가운 새벽을 내다보고 있었다. 여전히 얼굴은 창백하고 헝클어진 머리는 땀에 젖었지만 검은 눈은 맑았다. 그러나 코르넬리아가 불러서 다른 친척들이 달려왔을 때, 그들이 안타깝게 던지는 질문들 앞에 그는 돌처럼 침묵했다. 알타미라에서 온 소식이 있느냐고 한 번 물은 그는 없다고 하자 다시 입을 굳게 닫았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을 내보낸 미겔이 거의 사정사정하듯 물었을 때에야 엘리아스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도 모르는 편이 안전하다고, 그리고 되도록 빨리 떠나겠다고. 주먹을 꽉 쥐며 그를 내려다보던 미겔은 간신히 돌아섰다. 반쯤 죽어가는 녀석이 아니었으면 패줬을 거라면서.

3. 소식

여전히 말은 없었지만 엘리아스는 빠르게 회복했다. 워낙 몸이 튼튼하기도 했고, 도시에서 온 의사 말로는 마치 수술처럼 정확한 관통상이어서 깨끗하게 아물 것이라고 했다. 엘리아스는 별다른 감흥이 없어보였다.

한쪽 팔을 고정한 채 초장에 나온 엘리아스의 모습에는 란초 사람들도 차차 익숙해졌다. 발로르가 옆에 와 풀을 뜯는 동안 그는 늘 란초 서쪽을 바라보며 앉아있고는 했다. 마치 기다리듯.

아마릴리스가 무슨 임신 6개월 된 신부처럼 서둘러서 왠 아이젠 용병과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미겔은 엘리아스가 늘 앉아있던 초장으로 달려갔다. 막 해가 기울어가는 초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엘리아스의 방은 텅 비어있었다. 마침내 숨이 턱에 닿아 마굿간에 도착한 그는 발로르를 타고 막 나오는 엘리아스와 마주쳤다.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는 하늘 아래 커다란 말에 오른 키큰 사내는 마치 신전 조각상처럼 위압적으로 사촌을 내려다보았다.

“엘리아스! 너 무슨…”

“가봐야 할 것 같다.”

대답하는 목소리는 건조했다. 엘리아스의 시선은 이미 석양이 지는 서쪽을 향하고 있었다.

“몸도 성하지 않은 놈이 무슨 소리야. 그놈 손봐주는 건 나중에라도 할 수 있으니까-”

말하며 발로르의 고삐에 손을 뻗은 순간 철컥.. 소리와 함께 시야에 뭔가 끼어들자 미겔은 가슴이 얼어붙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총을 겨운 엘리아스를 눈만 움직여 쳐다보았다.

“미안.”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담담한 목소리, 여전히 먼 곳을 보는 무표정한 얼굴이 어쩌면 가장 공포스러웠을지 모른다.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다. 아무도 휘말리지 않는 게 좋아.”

그리고 엘리아스는 굳어서 선 미겔을 지나 유유히 말을 몰았다. 미겔은 천천히 돌아서며 그런 그의 뒷모습을 마주보았다.

“미친 놈. 죽지나 마라.”

엘리아스는 돌아보지 않고 머리 위로 손은 흔들었다. 그리고 말에 박차를 가하며 속도를 붙였다. 초원 위에 불꽃처럼 타오르는 석양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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