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섭리

“지금 우리 앞에는 두 갈래의 길이 있소. 하나는 저들이 말하는 ‘엘레할의 신탁’에 따라 예전과 같이 제국의 신민이 되는 것이오.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을 걸고 싸워 독립을 쟁취하는 것이오. 전자는 당장의 평화와 안정을 얻을 수 있는 넓고 편한 길이나, 우리의 자식들은 요정들의 노예가 되어 또다시 그들의 노리개로 전락할 것이오. 후자는 수많은 고통과 희생이 예정된 가시밭길이오. 하지만 그 길의 끝에서 우리는 요정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난생 처음 진정한 자유민으로서 살아가게 될 것이오. 우리의 군대를 보시오! 비록 제국과 사대제후 연합군의 세가 강대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강철과 화약, 그리고 자유를 바라는 고귀한 의기가 있소. 여러분들 자신을 보시오! 여러분은 이 땅의 난세를 평정한 영웅들. 제국의 그 어떠한 용자들도 여러분의 지략과 용맹을 능가할 이 없소. 저 하늘을 보시오! 거룩하신 하늘의 왕 데오스께서 엘레할의 어떠한 마법으로도 흔들수 없는 굳건한 승리를 약속하고 있소. 내일 새벽, 나는 전장의 선두에서 개전의 나팔을 불며 전진할 것이오. 이 늙고 병든 몸을 바쳐 독립을 얻을 수 있다면 나, 자비에르는 몇십 번, 몇백 번을 산산이 찢겨 죽더라도 데오스를 찬미하며 춤추고 노래할 것이오. 듀리온 왕국에 영광을! 우리의 자손들에게 자유를!”

- 자비에르 대주교,독립전쟁 하루 전 대신회의에서의 연설. -

잃어버린 역사를 복원하기 위하여 불철주야 노력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에게 우리 주, 데오스의 축복과 은총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에우세비오 교부(敎父)의 저서 <건국기>의 첫 장을 보면 왕국의 건국은 요정들의 사악한 손아귀에서 마침내 인간이 해방되었음을 알리는 신의 계시임을 알 수 있습니다.

듀리온 왕국의 건국 과정은 세 시기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건국 1시기 : 칼라인 듀리온 왕이 등극한 후, 듀리온 왕국이 본격적으로 활발한 영토 확장을 펼친 시기.

건국 2시기 : 우노스 정교회를 국교로 선포한 후, 제국으로부터 독립전쟁을 시작한 시기.

건국 3시기 : 리베르타 반도의 통일을 완성한 후 내부의 혼란을 극복하고 나라의 안정을 되찾는 시기.

각각의 시기에는 그 시기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 있다. 첫번째 시기의 대표적인 사건은 칼라인 듀리온 왕과 이렌가르드 여왕의 결혼을 들 수 있다. 두번째 시기에는 제국으로부터 독립을 선포한 <자유의 날>을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으며, 세번째 시기는 교회가 왕국 내 잔존하는 이교도와 이단들의 책동을 무찌르고 마침내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국가'가 이 땅에 확립되었음을 선포한 <승리의 날>을 꼽을 수 있다…. (후략)

초기의 듀리온 왕국이 제국의 수많은 일개 지방세력 중 하나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다른 제후국들과 달리, 듀리온 왕국은 제국의 지배를 벗어나 진정한 독립국가로서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듀리온 왕국이 역사의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우노스 정교회를 국교로 받아들임으로써 진정한 독립국가가 될 자격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듀리온 왕국과 함께 자웅을 겨루던 타 제후국들은 제국의 이교 신앙인 엘레하 신앙을 받아들이며, 요정들과 함께 국가를 다스렸습니다. 비록 요정들은 강하고 지혜로운 존재였으나, 동시에 무척 사악하고 예측 불가능한 존재였습니다. 수천년 동안 인간들은 역사의 그림자 속에 숨어있는 요정들의 지배 아래에서 고통을 받았고, 어떠한 나라도 요정 군주들의 그늘이 드리워진 제국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듀리온 왕국의 건국 시대 당시의 제국은 많이 쇠락하였다고 하나 여전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으며, 꼭두각시 황제의 이름을 빌려 요정군주들이 내리는 '엘레할의 신탁'은 거부할 수 없는 천명이었습니다.

그러나 듀리온 왕국은 당시 이 땅의 백성들에게 널리 퍼졌던 우노스 정교회를 국교로 수용하면서 민심을 얻었고, 동시에 국내의 요정들과 구 제국세력들의 책동을 누르면서 정치적ㆍ사상적 자주성을 획득할 수 있었으며, 결국에는 제국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듀리온 왕국이 독립을 얻게 된 이후 우노스 정교회가 대륙 곳곳으로 전파되고 제국이 급속도로 붕괴되기 시작한 놀라운 역사의 흐름을 보았을 때, 우리의 독립이 제국의 멸망을 촉진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더 이상 엘레할의 어둠이 인간들을 지배할 수 없음을 증명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위대한 섭리는 하늘의 왕, 데오스의 은총이오니, 모든 영광과 찬미는 그 분께 돌리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댓글

오승한, %2007/%10/%15 %10:%Oct:

반도와 국가의 이름은 임의대로 지었습니다. 반박하실 분은 반박하세요(…)

기사글 중간에 무언가 눈에 익숙한 것이 들어올지도 모르지만, 너무 신경쓰시지 마세요(먼 산)

 
로키, %2007/%10/%15 %11:%Oct:

문제는 권위도 문제가 아니라서 경매를 할 방법이 없다는 겁..(..) 의논으로 정하죠, 뭐. 저는 왕국 이름으로 '에레모스'가 어떨까 하는데,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떠세요? 아니면 한쪽은 공식적 명칭, 한쪽은 지역 이름을 딴 전통적 명칭이라고 할 수도 있고…

기사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확실히 자비에르는 광신도 같다는 생각이..(..) 이렌가르드가 처음 칼라인과 동맹을 맺는 기사를 올리려는 참에 결혼 얘기가 나오니까 재밌네요.

 
_엔, %2007/%10/%15 %13:%Oct:

로키 님 말씀대로 여태까지 나온 나라 이름 둘 다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듀리온 왕국은 그냥 왕가의 성을 따서 부르는 이름이니까 유일한 공식 명칭으로 쓰기에는 너무 딱딱하고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에레모스도 공식 명칭이 되기에는 좀 전통적인 별명 같은 느낌이 있긴 하지만… 하나 더 지을까요? (…) 앞으로 많은 고유 명사가 나올텐데 따로 고유 명사 사전이라도 만들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이 글을 보고 나니까 자비에르는 모세나 마호메트가 아니라 루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미있는 설정도 많이 등장했네요! 그런데 독립전쟁이란 이름이 사용됐다는 것은, 그전에는 형식적으로나마 듀리온 왕국이 제국에 대해 제후국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는 뜻인가요? 요정 군주라는 단어가 쓰인 것도 흥미로워요. 인간들의 제국과는 별도로 요정들의 나라가 있었다는 설정이 되는 건가요? +_+

 
오승한, %2007/%10/%15 %13:%Oct:

작명 문제는 센스 좋으신 분들이 주장하는 대세를 따르겠습니다. :)

자비에르의 역할에 대해서는 종교지도자+정치지도자+독립운동가 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정들의 독재에서 인간을 자유롭게 하려는 모습에서 루소의 모습을 보셨나 보네요. (도대체 어디가 광신이라는 겁니까, 로키님(..) )

_엔님 말씀대로 제 설정에서는 제국이 대륙을 일통하고, 그 아래의 있는 국가들은 제후국으로서 복종을 취하고 있다는 컨셉으로 나가보았습니다. 나중 이야기이지만, 칼라인이 왕을 칭하는 건 독립선언을 한 후로 해볼까.. 라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공국이라고 하고) 요정군주들의 나라에 대해서는 _엔님이 말씀하신 '바다 저편' 의 설정을 써볼까 해요. 예를 들어 '티르 나 노그' 라든지…

 
정석한, %2007/%10/%15 %19:%Oct:

죽더라도 신을 찬미하겠다는 것이 광신이 아니면 무엇입니까 (…)

사대제후 이야기를 들으니 묘하게 은 - 주 교체기의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은을 떠받치던 사대제후가 이반한 것이 - 뭐, 주 문왕 자신이 그 사대제후의 하나였지만 - 승패를 가른 만큼 뒤이어 사대제후 중 한명 정도가 돈울프나 자비에르의 활약에 의해 칼라인 쪽으로 넘어오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자비에르의 연설문은 입맛에 딱 맞는군요. 조만간 링크 걸어서 인용을 스스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