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피리스로의 여정 (未完)

제이피리스에 사시는 한 신사분이 나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편지의 전문을 싣기에는 지면이 부족하여 그 일부분만을 여기 옮겨본다.

선생, 나는 선생이 쓴 논문을 보고 분을 참을 수가 없었소…(중략)…우리 제이피리스 사람들은 건국왕 칼라인 폐하께서-비록 남들 보기에는 보잘것 없는 시골 도시지만-이 도시에서 태어나셨다는 것을 항상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선생의 논문은 우리의 자랑거리를 완전히 뭉개버리고 있지 않았겠소…(중략)…나는 우리 도시에 사는 모든 선량하고 양식있는 사람들을 대표하여 선생이 반드시 해명해 주시기를 요구하는 바이오.

나는 이 신사분의 분노와 의혹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온전히 당신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황금이 실은 남의 것임을 발견하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것도 만인이 읽는 기사의 형식으로 공표까지 되었음에야. 그러나 나의 사명은 진실을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밝혀내는 것이요, 그것이 때로 내 적을 만들더라도 나는 그것마저도 흔쾌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다.

흔히 제이피리스가 흔히들 칼라인 대왕의 출생지로 생각되고 있는 것은, 칼라인 대왕의 가장 절친한 친우이자 대마법사였던 마그누스의 고향이 이곳이기 때문이다(제이피리스의 시민들이여, 이 사실만큼은 온전히 자랑스러워해도 좋다!) 흔히들 서로를 위해 목숨이라도 내놓을 수 있는 친구 사이를 두고 '칼라인과 마그누스 같다'고들 하지만, 사실 어느 사료를 보더라도 칼라인 대왕의 위대한 업적 뒤에는 항상 마그누스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이 두 사람을 떼어놓고 생각하기란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고, 칼라인 대왕이 대업의 첫 보를 딛은 곳이 이 도시이다보니, 어느 순간엔가 칼라인 대왕의 고향마저도 제이피리스라고 알려져버리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칼라인 대왕은 언제 어떤 이유로 아킬라니 속주의 작은 마을을 떠나 제이피리스에 정착을 하게 된 것일까? 내가 얼마 전 입수한 이 편지는 칼라인 대왕의 부친으로 추정되는1) 쿤론이 제이피리스에 사는 친척에게 보내는 것이다.

…(전략)…사달, 당신은 내가 아직 태어난 지 석 달도 되지 않는 아이와 출산으로 몸이 허약해진 아내를 데리고 제이피리스로의 무리한 여정을 감행하는 이유가 궁금할 거요. 그러나 나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당신에게 무슨 수로 설명하고 또 납득시킬 수 있겠소? 존경하는 사제가 '칼라누스'라고 이름붙인 이 아이는 우리 부부에게 축복과 저주를 동시에 가져왔다오…(중략)…이 아이가 태어난 날 밤 두 사제가 은밀히 우리 집을 찾아왔소(사실 그들은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소) 그들의 눈은 눈동자가 없는 한 쌍의 붉고 푸른 구슬 같았는데,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그 안에서 뒤엉켜 있는 것 같았소. 그들은 이 아이가 '이 나라의 땅과 바다'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오(나는 두려움 때문에 아직도 그 말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보려고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소).

두 사제는 나에게 아내의 몸이 어느 정도 낫는대로 이 마을을 떠나라고 경고했소. 많은 사제들과 마법사들이 이 아이의 탄생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그러나 그들 중에는 이 아이의 탄생을 달가워하지 않는 자들도 있으며, 그들은 반드시 이 아이를 해치고자 할 것이라고 했소. 이 아이는 태양이고, 그들은 달이며, 아이의 탄생은 곧 동이 터옴이니 달은 그 빛을 잃고 지고말 것이라고 했소…(중략)…사달,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촌무지렁이에 불과하오. 그러나 두 사제의 말은 나에게 어떤 믿음을 주었고, 나는 내 아들과 아내를 지키고 싶었소. 사제가 내게 되도록이면 사람이 많은 도시로 도망치라고 권했을 때, 나는 자연스럽게 사달, 당신이 살고 있는 제이피리스가 생각이 났고, 당신이 흔쾌히 우리를 돌봐주겠노라는 답장을 보내왔을 때, 나는 지체하지 않고 정들었던 고향을 떠날 결심을 했소…(후략)…

(진지 공사가 한창이라 피곤하기도 하고, 글도 잘 안써지고 해서 결론은 나중에 덧붙이겠습니다. 하지만 대충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짐작들 하실 거라고 믿어요;;)

1) 필자의 일곱 가지 선물참고

댓글

백광열, %2007/%10/%24 %07:%Oct:

와와. 좋네요^^; (이건 저만의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와도 비슷하네요 :)

 
오승한, %2007/%10/%24 %17:%Oct:

베들레헴보다는 나사렛이 더 잘 알려진 것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