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여왕

건국왕 전하와 이렌가르드 여왕의 결합은 듀리온 - 벨가스트 동맹을 공고히 하는 혼례였습니다. 한편으로 구 제국파가 무너져 내린 시초의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혼례 기간 동안, 문관들조차 갑옷을 입고 다닐 정도로 삼엄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진 이 혼례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분위기에서 행해졌음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중 가장 심각하고, 또 유명한 것은 세렌 장군과 조언자 마그누스 의 난입 가능성이었습니다. 실제로 그 둘이 요정의 피를 이었는가, 인간의 것이라고 짐작키 힘든 위용을 보였는가의 여부1) 는 둘째치더라도, 여러 기록에서 전해지는 단편적인 사실들 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히 위협적인 존재였습니다. 그 사실을 인지한 아데프치오 세력은 계교를 써서 둘을 전장으로 내몰게 됩니다.2)

실제로 아데프치오 세력이 가장 경계한 것은 그들 두 사람이었지만, 정작 사건을 기획하고 지휘한 돈울프 공이나 진 뤠이신은 정작 그들의 물리적 위협에 대해서는 두려워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이에 대한 아라드 공의 수기를 개재합니다.

“자네나 내가, 혹은 진 대인이 갑주를 입었다고 한들 세렌 장군 한 사람을 막을 수야 있겠는가. 그저 브레넌 장군이 잘 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지.”

돈울프가 침울하게 말했다. 간담이 보통 사람의 다섯 배쯤 되는 것 같은 그였지만, 정작 자신의 노력 여하로 바꿀 수 없는 결과에 대해서 그는 극도로 두려워하고, 소극적이 되는 경향이 있었다. 처음 그를 보는 사람이라면 그 대담함과 왕성한 행동력에 매료되고 그것을 그의 천성으로 여기게 된다. 지금의 모습도 그의 한 얼굴임을 아는 사람은 나 정도다. 이제는 진 뤠이신도 추가되겠지.

“나는 소문을 완전히 믿지는 않아. 하루에 산 세 개를 넘고, 말을 달려 한나절이면 아킬라니에서 라인부르크까지 달린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녀는 혼례가 끝나기 전까지 이곳에 절대로 돌아올 수 없어. 반대로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검도 쓸 줄 모르는 우리같은 이가 수백명이 덤벼든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느냔 말일세.”

“그도 그렇구려. 돈울프 선생. 게다가 그 여장군은 전하를 연모하는 것은 틀림없어 보이지만, 질투에 눈이 멀어 무엄한 짓을 할 것 같은 인물은 아닌듯 합디다. 기껏해야 우리를 죽이고 끝나지 않겠소?”

그렇게 말하며 뤠이신은 껄껄 웃었다. 일전에 나는 돈울프를 실성했다고 한 적이 있었지만, 정정해야겠다. 진 뤠이신, 이 자야 말로 제정신이 아니다. 일전에 안키하 산성에 갔을 때에는 공연한 소리로 상대의 심기를 긁어 불에 구워질 뻔했고, 지금에 와서는 우리의 죽음이 “기껏해야” 란다. 이 정도로 대범해져야 큰 돈을 벌 수 있다면, 나는 그저 평생 소상인으로 만족하고 살아가련다. 큰 돈이 있더라도 쓰지 못하고 죽으면 무슨 소용이랴! 마누라만 좋아할 노릇인데 결단코 그 짓을 할 수는 없다고 굳게 결심했다.

“돈울프. 진 대인.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갑옷을 입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뤠이신은 혀를 찼고, 돈울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런. 선생은 여태 모르십니까. 상품의 가치는 그 절반은 포장이 정하는 법이외다. 그러니까 광고와도 같은 것이지요. [우리는 장군을 환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장군이 칼을 거꾸로 쥐고 식장에 난입할거라 의심하고 있습니다. 정녕 환영받지 아니하는 이곳에 뛰어들 셈이오? ] 라고 말이요. 게다가 무인이라면 무력한 우리에게 검을 휘두르기가 대단히 부끄러울 게 아니겠소?”

“게다가 아라드. 이 결혼에 반대하는 건 세렌 장군이나 마그누스 경 둘만이 아냐.”

구 제국파의 무력과 권력의 상징은 세렌마그누스 였습니다. 그 두 사람이 전장에 참여한 이상 구 제국파가 일천의 총포대를 뚫고 식장에 난입을 성공할 확률은 전무합니다. 한편 그 두 사람이 서남부 전선에서 신속하게 반전할 수 있었다고 하면 그것은 돈울프의 말대로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일이기에, 문관들까지 갑옷으로 무장한 것은 큰 의미가 없을 일이었습니다. 여러 문관들은 갑옷을 입고 구 제국파의 습격에 방비하였지만, 정작 돈울프가 경계한 세력은 그들 뿐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여왕의 호위를 위해, 그리고 이후에도 여왕을 계속 수행하기 위해 벨가스트에서는 용사 다닐과 그를 따르는 이백 명의 전사가 와 있었습니다. 추후 벨가스트의 난이나, 라겐하임 공략에서 드러난 벨가스트의 동원력을 고려해 볼 때, 저 이백의 전사는 극히 적은, 말 그대로의 정예 중의 정예입니다. 여왕은 벨가스트를 지참금으로 가져온 셈이지만, 기록에 의하면 패물은 일체 가져오지 않았고 행렬은 간소했다고 합니다. 이는 결혼을 서둘러 진행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의 정세가 불안정하니, 이백의 병사가 여왕을 호위할 수 있는 벨가스트인의 심리적 안전선이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혼례를 서두를수록 여왕이 왕국에 이동할 길의 안전을 미리 확보하기 어려우므로, 여왕을 따르는 직속 호위병만이 여왕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병력이었던 것입니다. 또한 벨가스트는 라겐하임 공략에서 드러난 것처럼, 많은 용맹스러운 전사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더 많은 병력도 동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 충성스러운 다닐이 여왕의 호위를 게을리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렌가르드의 지시가 있었을 것인데, 총명한 여왕은 이 결혼 뒤에 기다리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습니다. 필연적으로 따르는 여왕의 개종. 그리고 그에 대한 벨가스트 전사들의 반발입니다. 아마도 그 이백은 듀리온 왕국까지의 여왕의 안위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결혼식을 뒤집지는 못할 정도의 병력이었을 것입니다.

혼례 교섭 당시의 기록은 아쉽게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벨가스트인들이 순순히 결혼 준비를 한 것으로 보아, 돈울프 공과의 교섭에서 여왕의 개종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안 벨가스트인들은 격분하였고, 개중에는 결혼식을 파탄내고 여왕과 함께 돌아가자는 주장을 펼친 자들도 있었습니다.

다닐은 줄곧 조용했다.

평소 말수가 적은 그였지만, 그래도 묻는 말에는 곧잘 대답해 주었고,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에는 슬그머니 다가와 고개를 끄덕이던 그였다. 그는 결코 지금처럼 구석에 앉아, 홀로 침묵에 잠겨 있을 사내가 아니었다. 종종, 그가 우리의 대장이자, 선대 왕의 동생이고, 여왕의 보호자라는 사실을 잊게 할 정도로 그는 우리에게 친근한 벗이었다.

반듀아의 축복이 깃들어, 그 아낌을 받는 전사의 몸은 여느 때와 같이 탄탄했지만, 금속과 같이 빛을 발하던 강철의 근육은 짙은 잿빛으로 퇴색되어 있었다. 그의 주위에서 시작된 고요와 정적은 어느새 우리 모두를 사로잡았고, 떠벌이 네란이나 허풍쟁이 가스도 여느 때와 달리 입을 꾹 다물고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지독한 정적과 고요. 오늘은 축복받아 마땅한 날일진대.

우리는 알고 있었다. 오늘 우리의 여왕은 듀리온의 왕과 혼례를 올린다. 그리고 그 혼례는 여신께서 주관하시는 우리의 것이 아니라 저 뭍의 백성이 따르는 데오스란 신의 이름으로 행해진다 하였다. 벨가스트가 뭍의 왕의 지배를 받는 것은 참을 수 있다. 그는 우리 여왕의 지아비이니까. 내 아버지와 그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지켜온 우리의 땅일지언정, 기쁜 마음으로 신부에게 지참시킬 수 있다. 그 대가로 그들의 명령을 듣게 된다 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이제 그의 말은 여왕의 말과 같은 것이니. 용맹스러운 벨가스트의 전사들은 기쁘게 전장에서 죽기를 소망하니, 얼마든지 그의 명령에 따라 싸우고 그의 명령에 따라 죽을 수 있다. 반듀아께서는 전사를 사랑하시니, 어머니 여신께 돌아가는 죽음을 두려워 할 리가 없다.

그런데, 이제 저들은 여신의 화신과도 같던 우리의 여왕을 뭍의 신에게 바치려 한다. 우리에게도 어머니의 품을 떠나라 한다. 죽도록 싸우고 싸워도 반듀아의 전당에 들어갈 수 없다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우고 죽어야 한단 말인가?

“다닐. 결단을.”

침묵을 이기다 못한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더 이상 반듀아의 백성으로 살아갈 수 없다면, 아직 여신의 품 안에 있는 동안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입은 열지 않았지만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었다. 뭍의 전사 중에는 요정의 기사가 제일 무섭다 한다. 큰 칼을 휘두르면 검도 방패도 갑옷도 산산조각이 나고, 말을 타고 달리면 하루에 산을 세 개도 넘는다 한다. 꽃의 마법사라 불리는 붉은 옷의 마그누스도 있다. 저 아득한 옛날에 우리 선조들을 무참히 살해한 마법사에 대한 공포는 몇 세대가 바뀐 지금에도 우리에겐 뿌리깊은 것이었다. 벨가스트의 미노타우르스도. 이태껏 패배를 몰랐던 우리 반트인도 저들을 상대로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지만, 지금 싸우면 반듀아의 백성으로 죽을 수 있다.

“무슨 결단을 내리라 하는가. 여왕께서 이미 정하신 일이거늘.”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게 쉬어 있었다.

“여어. 이 좋은 날에 다들 우중충하게 무엇 하는 게야.”

그런 소리를 내며 들어온 남자는 친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바람의 아들, 아넬리아드 아프 아위르. 모두들 우리를 흘끔흘금 바라보며 피하던 시기에, 유일하게 우리의 잔을 비워 주었던 인물. 그는 바드였지만 전사였고, 우리들 모두는 그를 친구로 인정하고 있었다.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벨가스트 전사들의 행렬이 좌우로 갈라졌다. 그렇게, 그는 다닐의 앞에 섰다.

“일어나게. 혼례를 축복하러 가야지.”

아넬리아드가 손을 내밀었지만, 다닐은 끝내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보게. 다닐.”

손을 천천히 내리며 아넬리아드가 속삭였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엎어버리게. 그리고 그대들의 땅으로 붉은 머리칼의 여왕을 데리고 돌아가게나.”

마치 돌처럼 굳어버린 다닐에게, 아넬리아드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어때. 할 수 있겠나? 요정의 기사도, 꽃의 마법사도 마침 이곳엔 없네. 자네가 그 입으로 충성을 서약하고, 그 손으로 떠받든 여왕의 뜻에 반할 생각이라면 지금이 호기일세.”

“아넬리아드!”

순간, 영원처럼 계속될 듯한 침묵을 깨고 다닐이 날카롭게 고개를 들었다. 전장이 아닌 곳에서 그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토록 거칠게 움직이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일어나게. 혼례를 축복해야지. 그대는 고귀한 이렌가르드 여왕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 가장 가까운 이가 아닌가. 자네가 식장에 없으면 여왕께서 슬퍼할거야.”

어느 반트 전사가 남긴 수기는 당시의 험악한 정황을 잘 묘사합니다. 전사들은 모두 분개하였고, 신앙과 충성의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습니다. 벨레고스트에는 지금도 “말없는 분노가 더 무겁다.” 고 하는 말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때 다닐이, 벨가스트 전사들이 폭주했다면 결혼식도, 동맹도 파탄이 났음은 자명합니다. 더 나아가서, 결혼식에 방해가 될까 세렌마그누스, 그리고 그들이 이끄는 전력을 떼어놓은 이상 벨가스트의 정예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문관들조차 목숨을 걸고 갑옷을 입어야 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벨가스트 전사들이 구 제국파와 연계한다면 천의 성기사도 승패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그 싸움에서 자비에르돈울프. 진 뤠이신과 같은 개국공신을 잃었다면, 그들의 향후 업적을 고려해 볼때 왕국의 운명 또한 치명적인 것이었을 수 있습니다. 제국의 붕괴도, 그를 대체할 새로운 민중의 국가의 등장도 역사의 필연이지만, 그것이 지금의 “듀리온 왕국” 의 형태로 이루어진 것은 엄연히 그들의 공적이니까요.

다닐은 다행히도 끝까지 이성을 잃지 않고, 벨가스트인의 분노를 추스르고 식장에 향합니다. 이후 우노스 정교회가 국교가 되고 여왕 이렌가르드는 개종하지만, 그 밖의 벨가스트인은 개종을 거부합니다. 무리한 개종 요구가 벨가스트인의 거부를 부를 것을 인정한 자비에르 대주교 역시 이례적으로 벨가스트와 관련해서는 성직자를 파견하지 않았으며, 이교도라는 명칭 또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최대한 그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끝내 엘레할을 믿은 구 제국파의 인물들이 “이교도” 라는 칭호를 들으며, 신앙에 관한 문제로 크고 작은 분란을 일으킨 것과 대조적입니다. 아넬리아드 아프 아위르와 같은 고참급 인물조차 그 죽는 순간까지 종교의 문제로 사소한 분란을 일으킨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3) 건국왕 전하의 결혼식의 내용에 대해, 아넬리아드가 남긴 기록에 의하면, 다닐은 끝내 건국왕 전하가 아닌, 벨가스트와 이렌가르드의 충신이었고, 그 점은 당시의 사람들도 인정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결혼식 이후, 우노스 정교회는 왕국의 국교가 되지만, 왕국 국민이 아닌 사람이 국교에 따르지 아니한다고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는, 다소 대주교답지 않은 표현으로 자비에르다닐과 벨가스트의 반듀아 신앙을 탄압하기를 거부합니다. 이는 대의를 위해 감정을 추스른 다닐에 대한, 대주교의 보답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리하여 나는 다닐을 데리고 식장으로 향했다. 돈울프가 이쪽을 보고 빙긋이 웃었다. 그래. 이 친구. 해냈다고. 내가 뭐랬어. 다닐은 자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속 좁은 인물이 아닐세. 속이 좁은 건 자네의 곁에 있는 저 데오스의 성직자들이란 말이지. 그렇게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며, 나도 빙긋이 마주 웃어 주었다.

“잠깐. 들어가시기 전에 몸수색을 해야 합니다.”

눈치 없는 위병의 말에, 나와 돈울프의 안색이 함께 굳었다. 벨가스트인은 전사의 명예를 가장 중시하고, 비열한 짓을 꺼린다. 실제로 다닐의 형 아곤을 암살한 다네란 부족이 비교적 손쉽게 무너진 것도, 용사 아곤 마나그를 명예롭지 못하게 암살하여, 그 부족내에서도 투항하는 이가 많았기 때문이라 하지 않던가. 하물며 옷 속에 단도를 숨겨 찌른 수법이 바로 그 아곤 마나그를 암살한 수법이거늘. 다닐이 모욕감을 느끼고 돌아간다면 심각한 일이 된다.

”… 그러시오.”

예상과는 다르게, 다닐은 선선히 몸수색을 받아들였다.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를 식장 안으로 안내했다. 새로 지은 교회는 장엄하고 화려해서, 우노스 정교회의 신자가 아닌 나조차 그 아름다움에 찬탄했다. 지어진 지는 조금 되었으나, 신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초대받지 못했고, 나 역시 드나들기를 원치 않았기에 저 화려한 부조와 창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바라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윽고, 하얀 면사포를 두른 신부가 등장하였을 때, 나는 숨이 멎는 것과 같은 기묘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두 아이의 모친임에도 변함없이 날씬한 여왕의 몸을 감싼 하얀 드레스. 하얀 천 사이로 드러나는 붉은 머리칼. 생전 처음 보는 우노스 정교회의 결혼식 절차는 생소하고, 낯설었지만 저 신부의 모습만은 실로 아름답고,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마치, 처음부터 이렇게 신부를 치장하는 것이 우리의 오랜 전통이었던 것처럼.

식이 끝나고, 다닐은 천천히 전하와 여왕, 아니 왕비 전하를 향해 걸었다. 시종일관 그 눈은 전하를 향하지 않았다. 그것을 나무랄 이는 없었다. 모두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다른 마음을 품고, 다시 다른 군주에게 충성을 서약하지 아니하는 것처럼, 저 벨가스트의 미노타우루스는 벨가스트의 여왕에게만 충성을 다한다는 것을. 끝내 무릎을 꿇기를 거부한 그는, 대신에 그들 반트의, 혹자는 야만인이라 부르는 그들의 예법으로, 여왕에게 예를 표했다. 이 자리에 선 어느 남성보다도 우아한 동작으로.

“축하드립니다. 나의 여왕이여.”

1)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며, 또한 본 기사에서 중시하는 부분이 아니므로 이 기사에서는 특별히 다루지 않습니다.

댓글

정석한, %2007/%10/%30 %18:%Oct:

기어이 새 글을 업로드하고 말았습니다. (먼 산)

 
로키, %2007/%11/%01 %03:%Nov:

고생하셨습..(..) 건국왕과 바다의 여왕, 그 결합의 의미의 속사정이 잘 드러난 것 같아요. 다닐이나 돈울프, 진 뤠이신, 아넬리아드 등 인물들의 성격도 생생하고요. 정치적 상황뿐 아니라 이를 해소하는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모습들도 빠짐없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 이지적이면서도 감정이 살아난 글이 되었네요.

 
_엔, %2007/%11/%04 %17:%Nov:

다닐 형의 죽음 나오는 부분에서 찡했어요. 다닐은 이렌가르드를 위해선 그야말로 어떤 희생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거로군요 ;ㅁ; 아넬리아드의 호탕한 성격도 멋집니다.

 

Fatal error: Allowed memory size of 50331648 bytes exhausted (tried to allocate 40 bytes) in /web/home/eldir/html/wiki/inc/auth/plain.class.php on line 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