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누스를 위하여

금서 : 왕의 그림자는 마그누스가 제이피리스 혁명의 이전, 민심을 조작하여 영주를 미치게 하고, 그 아들을 제거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줄곧 크리소스토무스 수사님께서는 그 풍부한 학식과 교양으로 중도를 지키셨는데, 오늘날 이러한 거짓된 사료를 바탕으로 논지를 전개하시니, 실로 유감스럽습니다.

예로부터 적의 세력과 명분을 꺾기 위해 상대를 비방하는 것은 오랜 전통이었습니다. 그러한 전통에 따라 이라하로 출병1) 하면서, 루오르 아마란타는 표문을 보내 건국왕 전하를 반역 도배로 매도하였고, 이에 전하께서도 하늘의 뜻을 모르는 무뢰배라 응수하셨습니다. 이러한 상호간의 비방을 위해 발간된 문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루오르 아마란타는 “아버지가 일곱 명”이고, 여제 일리야의 기둥서방이면서 그 쌍둥이 자매인 아르테미시온과도 “붙어먹은” 시정 잡배요, 건국왕 전하는 반역자가 될 것입니다. 2)

실제로 “불충한 브로밀” 은 제이피리스 출신이면서 제국으로 도망친 기록이 있고, 제이피리스 영주의 아들 엘민은 건국왕 전하의 즉위 직후에 병사한 것이 사실이며, 이후 브로밀은 여러가지 악의에 찬 소문을 내어 건국왕 전하의 권위를 훼손하였기에 전하께서 심히 분노하여 그를 반드시 잡아 죽이겠다고 맹세하신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러한 브로밀의 배반과 엘민의 병사, 그리고 이후 이어진 비방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반드시 그 당시의 정황을 이해해야 합니다.

브로밀은 전 영주를 모시던 중신으로, 전 영주의 실정과 크게 관련이 깊은 인물이라. 이에 브로밀을 묶어 좌하에 대령하였다. 칼라인이 준엄하게 물었다.

“그대는 전 영주를 섬기던 중신인데 영주의 폭정을 만류하기는 커녕 그에 따른 것은 무슨 연유인가?”

“나는 이미 그분께 충성의 맹세를 하였으니 그분의 뜻에 따르는 것이 나의 의무이다.”

이에 크게 주위가 소란해졌다. 칼라인이 손짓하여 이를 제지하자, 칼라인의 한걸음 뒤에 서 있던 마그누스가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너는 영주를 따라 사람을 학살하고, 부녀를 납치하고, 아이를 살해한 죄가 있다. 이상의 사실을 모두 인정하는가?”

“영내의 백성은 모두 영주님의 재산이나 마찬가지인데 영주님의 뜻대로 그들을 처리한 것이 무슨 죄가 되는가. 내가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은 인정하나, 죄라는 표현은 온당치 아니하다.”

이에 여러 사람이 분개하여 저 자를 당장에 사형에 처하라 하였으나, 칼라인이 나서서, 비록 죄가 많으나 그 스스로 행한 것이 아니고 영주의 명으로 행한 것이니 이제 그를 처벌함은 주인이 살인을 했다고 하여 그 칼을 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온당치 못하다 하였다. 또한 마그누스가 말하길, 이제 민심을 크게 안정해야 할 상황인데 옛 영주의 신하들을 크게 벌하는 것은 분란을 부를 일이니 크게 은혜를 베푸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였다.

그리하여 브로밀은 처벌을 면하고, 그대로 제이피리스 혁명 정부의 일원으로 기용됩니다. 한편 전 영주의 아들 엘민은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영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소년으로, 어린 나이임에도 사리 분별이 발라, 자신의 부친의 폭정을 여러 차례 제지하려 하였으나 실패하였고, 그 점을 높게 평가받아 영주를 제거하는 와중에도 소년 엘민의 죄는 묻지 않고 도리어 칭송했던 것입니다.

이에 건국왕 전하는 엘민을 차기 영주로 삼고, 또 현명한 이가 그를 보좌하여 수 년이 지나면 엘민이 성인이 될 것이니 제이피리스는 무사하리라 하였으나, 불행히도 엘민은 몸이 약했고, 수 차례 이어진 부친의 폭정으로 크게 상심하여 병을 얻은 지 오래였습니다.

이에 엘민 님이 나서서 울면서 영주님의 옷깃에 매달려, “부디 죄 없는 이들을 탄압하지 마소서” 라고 호소하였으나 영주님은 듣지 않더라.

도리어 발을 들어 엘민 님을 걷어차니, 주위의 신하들이 모두 달려와 부축하더라.

이에 엘민 님의 유모인 율리가 나서서 “도련님은 몸이 약하신데 이리 난폭하실 수 있습니까.” 라고 항의하자, 영주님이 크게 분노해서 “천한 것이 어지럽게 혀를 놀리니 화근의 근원이 될 일이다.” 라며 칼을 빼어 내려베니 피가 어지럽게 난무하더라.

이에 엘민 님이 보고 그만 까무러치셨고, 그 날 이후로 식사를 제대로 들지 못하시더라.

기록에 의하면 엘민은 유모 율리가 눈 앞에서 살해당한 이후부터 계속 시름시름 앓으며,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고 전해집니다. 이러한 기록이 모두 제이피리스 성내에 엄존하는데도, 이러한 기록을 외면한 채 근거가 부족한 기록을 가지고 엘민의 죽음이 음모였다는 설을 제기하시니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한편 루오르 아마란타는 첩보전에 능한 인물로, 유테리아 등지에서 민심 이반 활동을 수행하여 3) 왕국을 위기에 몰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아마란타가 과연, 왕국 출신으로 투항해 온 브로밀의 존재를 그대로 두었을까요?

그리하여 브로밀의 증언이라는 형식으로 건국왕 전하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문서를 배포하니 이에 건국왕 전하께서는 크게 분노하신 것입니다. 특히나 그 문서가 다루는 내용이 자신의 친우에 대한 악의적인 비판인 이상 전하께서는 이를 수거하여 없앨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마그누스는 비록 다혈질이나, 그 행동에 품위가 있어 요정들에게 납치되었던 아이를 돌려주는 등 4) 인정이 많은 인물이었습니다. 또한 건국왕 전하와의 관계 또한 돈독하여, 수많은 세렌의 탄핵을 시작으로 구 제국파 인사들이 제거되는 과정에서도 그는 제거되지 아니했던 것입니다. 비로소 건국왕 전하께서 임종을 앞두고 노환으로 쓰러지신 이후에서야, 그 정적들이 그를 교회로 끌어내 제거5) 하니 그 한가지 만으로도 건국왕 전하와 그의 관계가 신의와 명예에 기반한 것임을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도리어 저는 반문하고 싶습니다. 마그누스가 선뜻 사람을 미치게 할 능력과, 잔혹성을 갖추었다면 어째서 그는 최대 정적이었던 자비에르를 미치게 하지 않았을까요? 돈울프진 뤠이신이 친우 세렌을 제거하는 것을 어째서 두 손 놓고 바라보고 있었을까요? 저 금서에서의 악의에 찬 모함과 같이, 음험한 목소리 한 마디로 그들을 미치게 해서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었을 것이 아닌지요. 그런 무시무시한 능력과 성품이라면, 어째서 점차 자신과 멀어지는 건국왕 전하를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들지 않았을까요? 그 하나만 보아도 마그누스가 사람을 미치게 하였다는 말은 근거가 희박한 말입니다.

모든 기록과 정황 증거가 일치하는데, 어째서 수사님께서는 그 출처도 불분명한 기사를 가지고 한 사람을 매도하시는지, 그리고 제이피리스 혁명의 고귀한 뜻을 훼손하시는지 의문입니다. 부디 수사님의 학문적 열정이, 종교적 신념과 정치적 목적에 의해 퇴색되지 않기만을 소망해 봅니다.

1) 이라하 전투의 견해를 따름
2) 실제로 루오르 아마란타에게 행해진 저 근거 없는 중상 모략과 같은 여러 비방들이 건국왕 전하에게도 가해졌으나, 이 기사에서는 굳이 개재하지는 않았습니다.
3) 세 개의 기둥의 견해를 따름
4) 탑의 마법사 의 견해를 따름
5) 붉은 꽃의 견해를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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