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루이스1), 당신에게 전하지 않으면 안될 말이 있습니다.

당신이 떠나있는 동안 당신의 왕이 우리들 친구의 방문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는지요?2) 그녀가 실행에 옮기고 있었던 것은 그녀 자신 뿐 아니라 많은 동족들의 의지였다는 사실을? 동족 전체를 적대하려 하는 사람의 곁에서, 당신과 세렌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그에게 내려졌다고 하는 엘레할의 예언에 대해서 나는 알지 못합니다. 반은 인간에 불과한 우리들이 어떻게 감히 신성한 여인의 의지를 논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나는 두려움을 느낍니다. 많은 이들이 같은 불길한 예감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왕과 그 사람들이 가져오는 분란은 우리들이 알아온 것과는 달라, 한 사람, 한 요정에 대한 적대가 아닌 종족 전체에 대한 적대에서 비롯되었고 누군가의 패배 정도로는 끝날 수 없으니, 둘 중 한쪽의 완전한 멸절을 이룩해야만 비로소 가라앉을 것이라는, 끔찍한 예감입니다.

나의 말을 듣고 당신이 분노한다면 그 분노, 합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사랑이 원치 않는 결과를 불러온다면 그 사랑에 묶인 자를 죽이려고 칼을 뽑을지언정 사랑의 의미를 질문하는 일은 -우리들에게 있어-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입을 여는 것은 지금, 당신들이 하고 있는 사랑이 모든 사랑의 멸망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랑하는 자들을 몰아내고 모든 사랑의 근원인 우리들의 여신 엘레할을 살해하여 끝내는 우주로 뒤덮인 광활한 대지 위 무력하고 고독한 인간만을 홀로 남겨두는, 그런 사랑이 될 것을 염려합니다. 당신들의 사랑이 이 세상 마지막 사랑이 될 것을.

그러나 만약 당신들의 사랑이 진실한 것이라면 당신은 나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겠지요. 그리고 당신들의 사랑은 -모든 불 같은 사랑이 그러하듯- 우리들의 신에게서 비롯된 것이므로 진실함이 틀림 없습니다. 내 예감이 현실로 들어맞지 않기를 바라지만 혹 그런 날이 온다 해도 우리들의 멸망이 된 당신의 사랑을, 이해합니다.

결국 모든 진정한 존재는 그 자신이 귀중히 여긴 것에 의해 멸망하는 것이겠지요. 우리들이 사랑에 의해 멸망하게 된다면 나는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싶습니다.

이 편지는 이니스 강변의 마녀 스즈의 거처에서 발견되었던 것입니다. 오랜 추격전 끝에 스즈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뒤 그의 집을 수색했던 왕국의 병사들이 찾아낸 몇 안되는 소유물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러므로 이 편지는 목적지에 닿은 일이 없는 셈이지요. 어떤 이유에서인지 스즈는 이 편지를 오랫동안 간직해두면서도 보내지 않았던 것 같고 따라서 마그누스는 스즈의 우려와 충고를 들은 일이 없습니다. 스즈의 편지가 마그누스의 손에 닿는 대신 수많은 우연들을 거쳐 후세의 우리들에게 전해져서 지금 이 자리에 놓여있다는 사실. 저에게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회들을 자아내는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편지는 세렌마그누스가 과연 요정의 피를 이은 존재들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습니다. -자신들을 포함한- 종족 전체의 존재에 대한 위협에도 불구하고 칼라인 듀리온에 대한 순전히 개인적인 사랑의 감정에 따라 그들이 움직였음을요. 칼라인 듀리온이 결국 요정과 마법사들의 시대에 종말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무한한 어리석음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감동적일 정도로 순수하고 그 열정의 크기로 인해 고귀한 태도이기도 합니다. 인간적인 발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다만 우리 역사가들이 -시대를 뛰어넘어 살아남은 더할 나위 없이 귀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종족의 차이와 크나큰 시간의 간격을 초월해 그들 존재의 내면에 접근하고 한때 우리와 같은 땅을 걸었던 그이들을 살아 숨쉬는 한 명 한 명의 생명체로 되살려낼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1) 마그누스와 친근한 사람들이 그를 불렀던 이름. 운명과 왕 참조.
2) 요정의 질책 참조. 이름 모를 요정이 칼라인 듀리온을 방문하여 그가 요정들을 배신했음을 질책하고 저주를 내렸다.

댓글

_엔, %2007/%11/%07 %10:%Nov:

체신부 협찬 기자 엔이었습니다.

 
오승한, %2007/%11/%07 %13:%Nov:

사실 마그누스에 대해서는 별 억장이 없어요(…)

중요한 건 신탁의 내용 뿐;

뭐, 이왕 반박기사를 쓰셨고 이길 가능성은 보이지 않으니; 나중에 반박 당하면 그 내용은 루오르 아마란타가 직접 보낸 해석이라고 하겠습니다.

 
_엔, %2007/%11/%07 %14:%Nov:

저는 기사 전체를 반박하려는 의도였는데 얘기가 그렇게 되는가요. 말도 안되욧! ;ㅁ;

어쨌든… 만약 그것이 안된다면, 마그누스 부분이라도 고쳐주신다면 반박기사를 철회할 마음이 있습니다. 어떠신가요?

 
오승한, %2007/%11/%07 %16:%Nov:

그 부분은 고쳐드리기로 하겠습니다 :) (목요일이나 금요일날 고쳐드리겠습니다.)

 
오승한, %2007/%11/%07 %21:%Nov:

고쳤습니다.

 
로키, %2009/%10/%10 %16:%Oct:

오오, 반가운 이름 스즈! (나중에 폴라리스 플레이에서 나올..) 요정의 정신과 감정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