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너머에 : 정정 기사

필자는 빛의 너머에에서 검증이 부족한 사료를 이용하여 논지를 전개하였고, 그 결과 사실과 상반된 기사를 기고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필자는 다시 정밀하게 사료를 검증하고 고증하여, 기사의 내용을 다시 정정하고자 합니다.

1. 안키아 산성 주둔 당시의 천벌에 관해

실제로 이러한 천벌이 행해진 것은 사실이나, 이는 멀리 대륙의 제국 본토나, 반도 이남 등 먼 지역에서 행해졌으며, 그 천벌 역시 요정들과 그를 따르는 독실한 엘레할 신자들을 대상으로 행한 것입니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무고한 양민들을 학살한 적이 없음을 확인하였고 이에 기사를 정정합니다.

2. 기사에 개제된 안키아 주변 민가의 학살 기록에 대해.

필자는 부족한 정황으로 해당 학살이 천의 성기사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하였으나, 면밀한 자료의 재검토 끝에 해당 학살은 천의 성기사에 의한 것이 아닌, 제국 세력에 의한 것임을 확인하였습니다. 당시 안키아 주변의 여러 민가가 우노스 정교회에 찬동하고 협조한 것을 경계한 제국 세력의 기습이었던 것입니다. 해당 기록의 신빙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필자의 소견 부족으로 학살의 주체를 혼동하였던 것입니다.

3. 총기 보유 능력에 관해

분업의 도입으로 안키아의 총기 생산 능력이 향상되었으며, 특히 해당 지역은 철 뿐 아니라 초석과 유황의 산지였습니다. 당시의 다른 대영주들이 총기를 전량 수입하려고 했기에 월등한 경제력에도 제대로 총기를 구비하지 못했던 반면, 안키아의 우노스 정교회는 스스로의 경제력이 부족함을 인정하고, 스스로 총기를 생산하는 방법을 모색하였던 것입니다. 이로서 반도 내부에 총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었고, 이후 진 뤠이신의 토지 개혁이, 우노스 정교회가 보유한 총기 제조 기술과 맞물리면서 왕국군은 압도적인 수의 총기를 보유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필자의 소견 부족으로 부정확한 기사를 내어, 본의 아니게 건국의 공신인 우노스 정교회의 명예를 훼손한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더더욱 사료의 검증과 해석을 부지런히 하여 향후 이러한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실수했다.

어째서 나는 자료의 검증을 게을리 하였는가. 재무부 관료라는 자가, 어째서 분업과 같은 간단한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했는가.

어째서, 어째서 나는 논리를 비약하였는가. 왜 스스로 허점을 만들어, 공격당했는가.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패배는, 정말이지 쓰디쓴 것이었다.

“이야. 그웨나라르크 양. 오늘은 표정이 아주 좋은데. 좋은 일이 있나봐요?”

“예. 늘 신경써주시는 덕분에요. 오늘은 컨디션이 아주 좋습니다.”

빙긋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일을 하는 동안에는 굴욕감과, 후회를 잊을 수 있었으니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해 나간 것은 당연했다. 분해도, 슬퍼도 울어서는 안 된다. 눈물을 보이는 순간, 저들에게 나는 재무부의 관료가 아니라 보호받아야 할 레이디가 되어 버릴 테니. 스스로의 무능력을 값싼 웃음으로 메꾸거나, 약함을 눈물로 감추는 것은 내가 제일 경멸하는 머리가 빈 귀족 아가씨들이나 하는 짓이 아니던가.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왈칵 끓어오를 때마다 어금니를 꽉 악물었고, 누군가가 말을 걸 때마다 빙긋 웃어 주었다. 마치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어머님을 따라 파티에 갔던 그 시절처럼 웃었다. 그래. 그때는 그렇게 웃고 있으면, 어머님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운 귀부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고, 그 이외의 삶은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 어린 시절, 무기력하고 천진했던 그 시절처럼 다시 그렇게 싸구려 웃음을 팔고 있는 스스로가 한심했다.

“얘. 아이덴. 좋지 못한 일이 있었나보구나?”

집에 귀가하자, 어머님이 걱정스레 물으셨다.

“어머. 어머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오늘은 기분이 아주 좋은걸요.”

“그래. 그렇구나.”

어머님은 그렇게 웃으셨지만, 나는 깨달았다. 저 분은 나를 낳은 어머니시고, 그러기에 저분 앞에서는 감정을 숨겨도 소용없다는 것을.

식사 후에 방으로 가져다 주신, 로즈마리 티를 보며, 나는 그것을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