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날(1) : 엘레할의 신탁

우리 후손들에게 남길 귀중한 기억들을 모으는 모든 연구원분들에게 진심으로 우리 주, 데오스의 축복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여러분은 듀리온 왕국의 건국사에 있어 가장 잊혀지지 않을 순간은 언제였다고 생각합니까?

건국의 과정 속에서 역사를 뒤흔드는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났지만, 저는 무엇보다도 '자유의 날'을 둘러싼 일주일 간의 시간을 손꼽고 싶습니다.

에우세비오 교부는 <건국사>에서 '자유의 날'에 대해 이와 같이 평했습니다.


“건국왕은 요정의 사슬에서 벗어나 참된 왕이 되었으며, 인간들은 처음으로 목숨을 걸고 자유를 부르짖기 시작했다. 나는 감히 말하노라. 인간의 역사는 자유의 날 이전과 자유의 날 이후로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건국왕이 본격적으로 리베르타 반도에서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한 후, 옛 제국의 세력을 회복하고 있던 테르시야누스 황제, 그리고 루오르 아마란타와의 충돌은 필연적이었습니다. 건국왕이 듀리온 왕국을 건국했을 무렵 루오르 아마란타 역시 한창 테르시야누스 황제를 옹립하여 무너진 제국을 다시 재건하는 중이었고, 제국 직할령과 듀리온 왕국이 국경을 맞닿게 됐을 즘에는 제국은 “쌍둥이 황제의 전쟁”1) 이 일어나기 전의 수준으로 국력을 회복한 때였습니다. 건국왕도, 루오르 아마란타도 장기판 너머의 상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으며, 서로가 쉽지 않은 호적수라는 사실 역시 깨닫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건국왕에게는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왕관의 정당성이었습니다 : 왕위는 오직 엘레할의 축복을 받은 이에게 부여되는 것이었고, 엘레할의 신탁을 거역하는 자는 제국과 제후 국가, 그리고 모든 요정들을 적으로 돌리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왕이 엘레할의 분노를 샀을 때, 그 나라의 백성들은 신탁을 어긴 왕을 죽일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엘레할의 의지를 전달하는 것은 엘레할의 가장 사랑받는 처녀이자 모든 엘레할의 신도들을 다스리는 신왕(神王). 즉 제국의 황제였습니다.

건국왕에게 신탁이 내린 것은 제국력 3031주기, 듀리온 왕국의 건국으로부터 10년째 되는 해였습니다.


칼라누스,
엘레할의 사랑받는 이, 새벽을 깨우는 수탉이여
새로운 아침을 준비하라

무너진 질서가 부활하고
신성한 계절의 의식이 다시 대지 위에서 행해질 때
푸른 피를 이어받은 이들은 그대에게 복종을 다짐하리

여신은 공물을 받고 기뻐하며
풍성한 사냥과 축제는 끝이 없을 지어니
그대의 나라에는 영원한 여름이 계속될 것이다

황제의 사자가 가져온 신탁은 위와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엘레할의 신탁은 일반적으로 내용이 모호하고 불분명하였기 때문에 황제를 보필하는 <현명한 자>가 - 일반적으로, 제국의 재상 - 그 의미를 풀어 신탁과 함께 내려 주는 것이 당시의 관습이었습니다. <현명한 자>의 지혜로움과 의도에 따라 그 해석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단 한가지 분명한 불문율은 존재했습니다 : 제국과 요정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

제국의 <현명한 자>이자 재상, 루오르 아마란타가 풀이하여 내린 신탁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첫번째, 제국은 제후로서의 칼라인 왕의 권위를 인정하며, 칼라인 왕 역시 제국에 복종을 맹세하기를 바람.

두번째, 엘레할의 신도로서 왕은 연중 네 번 엘레할을 위한 의식을 집전할 것.

세번째, 제국에 충성하는 이들, 그리고 요정의 혈통을 이어받은 이들을 중용하고 우대할 것.


이 해석을 들은 사람들은 제국이 보여준 의외의 관대함에 대해 놀라워하였습니다. 반역자라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는 칼라인 왕의 등극2)을 인정해 주고, 그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은 채 단지 제국과의 옛날 관계와 구시대의 전통을 복원하는 것으로 만족하다니! 게다가, 구제국의 전통을 이어받은 마그누스와 세렌은 이미 왕의 가장 가까운 측근이었기에 제국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신탁의 나머지 내용은 들뜬 분위기를 싸늘하게 식히기 충분했습니다.


네번째, 와일드 헌트의 부활.


달이 차오르는 밤, 지상 위를 살아 숨쉬는 모든 생명체들을 전율케 하는 요정들의 사냥인 와일드 헌트(Wild Hunt)는 제국에 거주하는 요정들의 가장 오래된 유희이자 사람들의 가장 끔찍한 악몽이었습니다. 활과 창으로 무장한 요정들이 맹수를 타고 숲과 들판, 때로는 민가를 돌아다니며 무차별적인 사냥을 할 때 인간들은 오직 집 안에 숨은 채 요정들의 변덕이 자신들을 노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듀리온 왕국에서는 공식적으로 요정들의 와일드 헌트를 금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노스 정교회가 들어온 후, 천의 성기사들과 자경단의 활약으로 왕국 내의 와일드 헌트는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이 행위를 다시 부활시킨다는 것은 우노스 정교회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 뻔한 일이었습니다.

더 큰 논란거리는 다섯 번째 내용이었습니다.


다섯번째, '숲에 바치는 공물'의 부활.


역시 우노스 정교회가 들어오면서 사라진 이 관습은 매년 첫 수확이 시작되는 가을밤에 엘레할에게 수확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그 해에 난 새로운 생명을 바치는 의식이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그 해에 태어난 어린아이 중 하나를 인신공희(人身供養)로서 숲에 바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바쳐진 아이들 중 어떤 이들은 요정들이 키우고, 어떤 이들은 마법사들이 제자로서 들인다는 등의 민담이 떠돌고 있었지만, 아이들의 절대 다수는 바쳐진 날 밤 들짐승의 먹이가 되었습니다.(계속)

댓글

오승한, %2007/%11/%06 %13:%Nov:

기사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부분부분으로 나누어서 올리겠습니다. (다 쓰지 못한 것도 있고;)

 
_엔, %2007/%11/%07 %10:%Nov:

이건 안되요! 반박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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