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버린 일기

오늘도 한 편의 기사를 썼다가 또 찢었다.

눈도 너무 아프고 온 몸에 벌레가 기어다는 것 같다.

빌어먹을. 약 좀 안 먹었다고 벌써 이 지랄이란 말인가. 큭큭.

언제부터였던가. 논문을 쓰기 위해 약에 의존하기 시작한 게..

그래, 그 때였지. 33살이었던가. 최연소교수로 임명되어 주목받던 나는 세상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았지. 하지만 내 재능은 거기까지였어. 그 이후로 난 평단에 주목받는 논문을 내놓지 못하고 그렇게 잊혀져갔지. 그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어. 그런데, 제길!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들이 날 무시하기 시작했어. 죽여버리고 싶었지. 한 학생이 내 수업 도중에 나보고 뭐라더라? 기본이 부족하다고? 크크큭. 정신을 차려보니 그 학생을 피투성이가 되어서 쓰러져있더군. 내 손은 온통 피가 물들여져있었고. 다행히 잘리진 않았지. 그래. 난 그 때 멈췄어야 했었던가. 그 사건 이후로 일년 넘게 쉬고 있을때, 미친 듯이 술만 마시고 있었을 때,

누군가가.. 속삭였지. 괜찮은 게 있다고.. 이미 다 써버린 나의 재능을 살릴 수 있다고. 모든 걸 포기한 나는 그냥 재미삼아 그 약을 받아먹었지. 큭큭큭

그 약을 먹고 난 일주일동안 잠 안 자고 미친듯이 논문을 썼지. 복직하지 못한 나는 그 논문을 학술지에 기고를 했고.. 난 ‘천재의 부활’이란 타이틀과 함께 화려하게 교수사회로 복귀할 수 있었어.. 이제는 약을 먹지 않고는 글자 한자도 적기 힘들어졌지만..

윽, 토할 것 같군. 한숨자고 약을 구하러 가야겠어. 도저히 한 자도 못 쓰겠군. 빌어먹을 천재에게 축복을. 약쟁이에게 저주를. 빌어먹을. 내일 이 일기도 찢어버려야 겠어..

댓글

로키, %2007/%10/%24 %04:%Oct:

저..저런! 카투스 교수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겁니까..;ㅁ; 그나마 마티아스 옹 탓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퍽)

 
_엔, %2007/%10/%25 %03:%Oct:

정상적인! 학자인 줄로만 알았던 카투스 교수의 열정적인 (…) 면모가 드러났군요. 앞으로도 일기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