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왕과 바다의 여왕, 그 결합의 의미

1)건국 제 1시기에서 가장 유명하고 상징적인 역사는 역시 칼리인 듀리온 왕과 이렌가르드 여왕의 결혼을 들 수 있다. 이 결혼의 의미는 모두가 알다시피 듀리온 왕국이 리베르타 반도에서 그 어느 세력도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국가로 우뚝 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둘의 결합은 겉으로 보이는 의미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면적인 정치적인 의의를 가진다.

돈울프경은 이렌가르드 왕비 전하께서 벨가스트에서 수도로 올 동안의 호위병력의 증원을 청하였고, 국왕 폐하께서 이를 승인하였다. 호위부대의 책임자로 특별히 우노스 정교회의 대주교, 자비에르가 발탁되었다. 수일이 지나 왕비 전하의 일행이 수도에 도착하자 국왕 폐하와 돈울프경, 재무대신 진 뤠이신이 성의 입구까지 마중을 나가였다..(중략)..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궁 안팍으로 어느 때보다 삼엄한 경비가 이루어졌으며, 그 어떤 귀족이나 정부 각료들이라도 몸수색 등 철저한 보안절차 후 궁의 출입이 가능하였다. 이 결혼식의 중요성과 긴장감을 반영하듯 돈울프경, 뤠이신 재무대신을 비롯한 문관들조차 갑옷을 입고 다녔다..(중략)..결혼식 당일날, 많은 귀족과 정부 각료들이 모여 이 국왕 폐화와 왕비 전하의 결혼을 축복하였다. 국왕 폐하께서는 절친한 친우였던 마그누스경과 세렌경이 전쟁중인 이유로 참석을 못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하셨다.

결혼식 과정을 기록한 이 왕실실록을 보면 많은 의문을 떠올릴 수 있다. 왜 이렌가르드 왕비의 호위담당자가 종교지도자인 자비에르였을까? 왜 귀족과 각료들까지도 철저히 감시하는 그런 경비가 이루어졌을까? 왜 문관들은 갑옷을 입고 다녔을까? 왜 국왕의 친우이자 국민적인 영웅인 세렌경과 마그누스경이 참석하지 못할만큼 결혼식을 서둘렀을까?

이 모든 의문은 당시 듀리온 왕국의 정치적인 상황을 파악하면 알 수가 있다. 당시에 돈울프경을 필두로 한 아데프치오 세력은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그 정치적 입지가 귀족을 위시로 한 구제국파와 거의 대등할 정도로 커진 상황이었다. 아데프치오들은 우노스 정교회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었고 우노스 정교회가 백성들에게 급속도로 인기를 얻어가자 그들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었다. 그러자 구제국파들은 이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에 대책을 강구하던 구제국파는 전쟁에서의 화려한 활약으로 인해 국민적인 영웅이 된 세렌경과 국왕과의 결혼을 추진한다.

마그누스 경이 발언권을 얻고 일어섰다.

“친해하는 국왕 폐하, 그리고 회의에 참석하신 여러 귀족, 대신 여러분. 이제 우리 듀리온 왕국이 기반을 확실히 다진 상황입니다. 앞으로 착실하게 진행만 한다면 통일 또한 곧 실현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 회의에서 국왕 폐하의 반려자를 정하는 일에 대해 의논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폐하께서도 시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으로 인해 미루고 있었지만 이제 충분히 안정된 상황인만큼 지금이 추진할 적기인 것 같습니다.”

국왕 폐하께서 마그누스 백작에게 물으셨다.

“흠, 그대가 추천할 사람이 있는가?”

“예, 폐하. 세렌경이 어떠십니까? 유서가 깊은 가문 출신이고 능력 또한 매우 뛰어나며, 비록 불가피하게 전쟁을 앞장서서 치루고 있지만 그 품행 또한 매우 우아하기로 전국민에게 소문이 나있습니다. 그녀는 훌륭한 왕비가 될 자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자 돈울프경이 갑자기 말을 하였다.

“폐하! 지금은 적당한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직 한창 전쟁 중이고 비록 우리나라가 가장 강한 세력으로 발돋움했지만 남아 있는 다른 나라들이 현재 연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섣불리 국가의 대사를 치루기엔 너무 불안정한 상황입니다.”

“돈울프경, 무례하군! 지금 폐하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거 안보이시오!!”

이 때, 진 뤠이신 재무 대신 또한 말을 거들었다.

“제가 비록 이국출신이오나 왕국의 오랜 전통에 따라 왕비는 그 품행이 단정하고 조신해야 하며 국왕의 내조에 힘을 쏟을 수 있는 여인으로 정해야 한다고 들었소만. 비록 세렌경이 훌륭한 장군이긴 하나 왕비감으로는 그 자질이 조금 떨어지지 않소?”

“건방진!! 감히 평민과 이방인 출신 주제에 어디서 귀족의 자질을 들먹거려!!”

다니엘 자작이 흥분해 외쳤다.

“말씀이 지나치지 않습니까! 사과하십시요!!”

이에 덩달아 레스터 서기관이 일어나 자작에게 항의를 했다.

“조용! 다들 입을 다물라!! 이 문제는 추후에 천천히 의논토록 하겠다. 엄숙한 자리에서 그대들이 보인 행동에 대해 실망이 크다! 회의는 이만 휴정한다!”

국왕 폐하께서 화를 내시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셨다.

이와 같이 왕실회의서기록에서 나타난 것처럼 아데프치오세력과 구제국세력은 왕비채택과 관련해 심각한 대립상황으로 들어섰다. 칼라인 듀리온 국왕이 이 두 세력을 중재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들의 대립은 점점 깊어지기 시작했다. 이 때 세렌경이 원정을 마치고 수도로 귀환하였다. 수도의 백성들은 열렬히 세렌경을 맞이했고, 또한 구제국파들도 그녀를 위해서 큰 환영식을 열어주었다. 때마침 돈울프경은 외교문제로 인해 수도를 비운 상황이였고, 이대로 국왕과 세렌경의 혼담으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걸 뒤바꿔놓은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그 시작은 바로 서남부전선에서 출발하였다. 당시 서남부전선을 이끌고 있던 장군은 2)브레넌 장군이었다. 서남부전선의 유테리아국의 베녹 요새 공략전을 펼치다 브레넌 장군이 큰 부상을 입고, 그 여파로 서남부전선이 크게 흔들리면서 무너지고 있다는 비보가 날아온 것이었다.

…(중략).. 브레넌 장군은 그 이후로 아직 회복하지 못하셨고 현재 군지휘를 하기 힘드신 상황입니다. 유테리아군은 갑자기 마법처럼 보이는 여러 이상한 공격을 여러 전선에서 다발적으로 펼치고 있는 상황이며 저희 3군의 지휘 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어 보입니다. 지금 서남부 전선은 새로운 군사령관이 필요합니다. 3군 전략참모 로이드의 서신

급박한 전선을 타파하기 위해 칼라인 듀리온 왕은 마그누스경과 세렌경을 급히 서남부전선으로 파견한다. 그렇게 구제국파의 중심인물들이 원정을 나가버린 상태에서 갑자기 돈울프경이 수도로 귀환한다. 그리고 바로 돈울프경은 진 뤠이신 재무 대신과 함께 국왕에게 찾아가 독대를 요청한다.

돈울프경과 진 뤠이신 재무 대신이 무례함을 무릅쓰고 밤에 국왕 폐하를 방문하였다. 이 두 신하와 국왕 폐하께서는 아무도 들이지 않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셨다. 아침까지 거르시고 점심 때가 다되서야 방에서 나오신 국왕 폐하는 1등 서기관에게 명령하셔셔 발표문을 작성하라 명하셨다.

이 발표문은 이 나라 백성이라면 누구나 다 알 것이다. 바로 이렌가르드 여왕과의 결혼 발표이다. 그렇다. 돈울프경은 벨가스트의 여왕과 혼담이라는 깜짝 놀랄만한 제안을 가지고 수도로 돌아온 것이다. 돈울프경과 진 뤠이신은 밤새 이 혼담의 이익을 얘기하면서 국왕을 설득하기 위해 애를 썼을 것이라고 누구나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직관력과 결정력이 탁월하다는 후세의 평가를 받고 있는 칼라인 듀리온 건국왕은 이 때에도 그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금까지만 해도 두 세력을 공존시키려 노력했던 국왕은 시대의 흐름을 꿰뚫어 보고 과감하게 새시대로의 진입을 선택한 것이었다. 갑작스런 결혼의 발표에 지도자들이 자리를 비운 구제국파는 결혼의 저지에 실패한다.

저는 어렵게 얻은 한 서신을 여기서 공개한다. 돈울프경이 브레넌 장군에게 보낸 서신이다. 비록 불에 많이 그을려서 모든 내용을 확실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대략의 내용은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양이었다.

……어려운 부탁을 해서 매우 미안합니다. 장군. 비록 지금 이 부탁이 군인의 의무와는 거리가 멀지만 궁극적으로 이 나라와 통일을 위한 길입니다…………………………………….그들이 마법사들을 대량으로 동원했다는 사실을 넌지시 암시해야 합니다. 그래야………………………………이 일은 기필코 성공시켜야 합니다. 우리의 앞으로의 운명이 달려있는 중요한 것입니다………………………………..돈울프

이 서신은 충격적인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모든 일들이 세렌경과의 혼담을 저지하고자 돈울프경을 중심으로 한 아데프치오 세력이 꾸민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 준다. 세렌경이 원정에서 돌아오면 가망이 없다는 걸 깨달은 돈울프경은 외교임무를 이유로 급히 벨가스트로 달려간다. 또한 세렌경과의 결혼을 최대한 지연시키고자 브레넌 장군에게 서남부전선에서의 일시적인 패배를 지시한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가 마법사들의 대거등장이라는 것을 서신에 넌지시 암시를 해서 구제국파의 지도자인 마그누스경과 세렌경을 수도에서 멀어지게 한 것이다. 이를 위해 브레넌 장군은 실제 부상을 당한 것처럼 치밀하게 상황을 꾸몄다. 그렇게 마그누스경과 세렌경이 수도를 비우자 어렵게 이렌가르드여왕에게 혼담을 약속받은 돈울프경은 급히 수도로 돌아오고 결국 이 결혼을 성사시키고야 만다.

이러한 복잡한 정치상황으로 인해 건국왕과 왕비의 결혼식에는 삼엄한 경비가 필요했고, 왕비의 호위에는 그들의 확실한 편이자 뛰어난 실력을 가진 자비에르가 나섰던 것이었으며, 최악의 상황이라 할 수 있는 구제국파의 무력실력행사를 대비하기 위해 대부분 아데프치오세력이었던 문관들이 갑옷을 입었던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이 아데프치오 세력의 정치적인 공세로만 인해 일어난 것은 분명히 아니다. 시대적인 흐름이 구제국세력들의 몰락을 가르키고 있었으며, 새로운 세력의 등장은 필연적이었던 것이다. 또한 통일을 위해서 결혼을 통한 듀리온 왕국과 벨가스트 왕국의 결합은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시대적인 흐름을 꿰뚫어보고 자신과 처음부터 동고동락하던 구제국파들을 어렵게 내쳐야만 했던 건국왕의 용단은 오직 그만이 가능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3)이 결혼 이후로 칼리인 듀리온 국왕은 우노스 정교회를 정식 국교로 정하고 자비에르를 통하여 자유의 날을 선포한다. 그리고 형식적으로만 존재했던 제국에게 독립을 표하고 정식으로 새로운 왕국을 설립한다. 이 역사적 사건이 통일에 최대의 기여를 했다는 것은 이후 듀리운 왕국은 빠르게 다른 나라들을 흡수했다는 것을 통해 증명한다.

듀리온 왕국의 칼리인 듀리온 왕과 벨가스트의 이렌가르드 여왕, 이 둘의 결합은 단순한 혈연적 동맹을 벗어나 새로운 정치세력, 새로운 왕국, 새로운 시대로의 개막을 선언한 이 시대 최고의 역사적인 사건인 것이다.

2) 세렌경처럼 극적으로 승리를 거두는 방식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그리고 확실하게 승리를 챙기는 스타일로 평민 출신의 유일한 장군이었다. 그만큼 능력이 출중하다고 인정받은 장군이었다.

댓글

슬픈고냥, %2007/%10/%19 %15:%Oct:

퇴고를 해서 더 깔끔하게 더 많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글을 만들려고 했으나 눈이 너무 아파서 더 고치지는 못했네요~

 
정석한, %2007/%10/%19 %16:%Oct:

그런데 “논평 등 연구원 자신의 의견” 을 박스에 넣고, 자료나 인용 원문을 박스 밖에 표기하기로 한 것 아닌가요? ^^; 뒤바뀌어 있는 듯 하여…

 
슬픈고냥, %2007/%10/%20 %23:%Oct:

아, 그런가요 재편집을 하겠습니다. 눈 좀 낫고 나면요 ^^;

 
왕재필, %2007/%10/%19 %17:%Oct:

싸웁시다[!!!]

 
_엔, %2007/%10/%20 %20:%Oct:

우와. 정말 긴 글인데다 제가 내심; 응원하고 있는 세력의 처참한 패배가 주된 내용이어서 그런지 읽기가 꽤나 힘들었어요 ;ㅁ; 수고하셨습니다! 제대로 된, 냉혹한 정치적 음모가 처음으로 등장한 글인 것 같네요.

 
오승한, %2007/%10/%21 %23:%Oct:

반박 경매를 시작해 주세요!

 
왕재필, %2007/%10/%22 %08:%Oct:

에 반박 경매입니다[..] 일단제가 반박한 것은 마그누스에 대한 것 뿐임으로 5점+경매포인트 3점으로 총 8점갑니다[..]

 
슬픈고냥, %2007/%10/%23 %16:%Oct:

마그누스 권위도 4 + 경매 5 지금 일이 있어서 컴퓨터를 못 하겠네요. 누가 보시고 경매에서 질 것 같으면 좀 도와주세요 ^^;

 
정석한, %2007/%10/%23 %18:%Oct:

아아. 이대로 경매 종료인 모양이군요.

 
오승한, %2007/%10/%23 %20:%Oct:

인류 만세!

 
_엔, %2007/%10/%22 %18:%Oct:

"붉은 꽃"에서 참조했습니다.

 
슬픈고냥, %2007/%10/%24 %23:%Oct:

이겼지만 권위도는 손 댈 생각이 없습니다~

 
로키, %2007/%10/%25 %03:%Oct:

"짐은 관대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