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기억했다.

아마도 꽤 어렸을 때였을 것이다. ‘우리’가 태어난 곳이니까. 마을은 고요했다. 아이들이라고는 우리들 둘 외엔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정말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너무 오래 전의 일이다. 단지, 내 기억 속에 같이 놀던 아이는 하나뿐이었다. 사실은 어른들도 자주 없었다. 내 기억 속에서 부모님도, 그리고 다른 마을 어른들도, 자주 마을을 비웠다.

지금 생각하면 신기한 것은, 그때의 내가 자주 어른들이 마을을 나가는 것을 따라나가려 했냐는 것이다. 뭣 때문에 그런 짓을 했던 걸까. 바깥은, 나가지 않는 것이 더 나았을 텐데.

두 소녀의 이야기

옛날 옛적, 어느 외딴 행성에 두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소녀는 쌍둥이였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외모가 닮은 만큼, 그녀들의 성격은 정반대였습니다.

한 소녀는 언제나 주위에 따라 주었고, 다른 소녀는 주위를 따르도록 했습니다. 한 소녀는 언제나 생각한 다음 행동했고, 다른 소녀는 벌린 다음 변명을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먼저 시작한 것 일까? 그것을..

“아빠가 따라오면 안 된다고 했잖아.”

그녀는 그렇게 상대, 자신과 너무나 닮은 소녀에게 말했다. 그러나 상대는 언제나처럼 “쉬, 조용히 해. 들킬 수도 있으니까”

소녀라고 하기에도 아직 어린 나이의 아이 둘은 서로 닮아 있었다. 옷, 머리 모양 외에 둘을 구분할 방법은 없었다. 쌍둥이니까. 부모도 구분을 쉽게 하기 위해서 머리 모양을 좀 다르게 일부러 해놨다고 한다. 쌍둥이니까. 그리고 언제나 둘이 같이 다닌다. 쌍둥이…아니 이건 아닌가.

둘의 현재 목표는 어른들. 매 달 밤, 마을의 어른들이 모두 어딘가로 간다고 눈치 챈 것은 둘 이 동시였을 것이다. 이를 물어보려 한 동생을 말린 것은 언니였다. 그리고, 오늘, 마침 차곡차곡 이루어진 준비 끝에 두 명은 계획을 실행했다.

어른들의 행렬은 길었다. 그들 모두는 뭔가를 –소녀들은 그것이 크고 무거운 물건이란 것만 알 수 있었다- 들고 있었기에, 그만큼 속도가 느렸던 것도 다행이었다. 어린이의 속도란 한계가 있으니까. 달빛 아래 어스름이 보이는 어른들의 뒤를 밟을 수 밖에 없었다.

곧, 어른들은 멈춰 섰고 소란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녀들도 움직임은 멈췄지만, 더 다가가야 할지 여기서 멈춰야 할지, 혹은 돌아가야 할지 명확히 알 수 없었다. 이윽고, 한 소녀가 말했다.

“틸, 빨리 숨자!” “아? 언니? 힉~”

소녀들 중 하나가 어른들의 동향-주위를 둘러보는-을 알아채고 재빨리, 다른 소녀를 숨겼다. 그리고는 자신 역시 몸을 숨긴 채 어른들을 보게 되었다.

어른들을 보던 소녀는 곧 숫자가 늘어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을의 어른들은 다 모여 있었으니까, 숫자가 늘어났다는 건 결국 마을 바깥의 사람이 있다는 것. 소녀에겐 아직까지 ‘과거 왔었다’라는 얘기 말고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는 외부 사람. 그래서 그녀는 몸을 낮추면서도 계속 눈을 떼지 못 했다. 또 다른 소녀는 볼 수 없었지만. 그때는 그

만약 그것이 가능했다면.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로어틸리아는 결국 그 질문을 입에 담았다. 그녀 역시 짐작, 혹은 사실에 가깝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사실’이 아닌, 추측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질문했다. 자신이 사실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미안하구나.”

그러나 자신의 스승, 그리고 아마 그 일을 유일하게 확실히 알고 있을 마스터 티로칸은 거절했다. 그녀가 ‘지금’ 그 사실을 알아선 안 된다. 그녀가 ‘자신에게’ 그 사실을 들어선 안 된다. 그것이 그녀를 키웠던, 그리고 두 명의 소녀를 모두 본 그의 결정이었다.

“.. 어째서입니까”

로어틸리아는 예상과 달리 거절 당하자 순간 당황하고 격앙했지만, 언제나의 그녀처럼 곧 냉정을 되찾고 원인을 물었다. 그러나, 그것을 보고 티로칸은 확신했다.

로어틸리아는 언제나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을 따라다니며 온갖 혹독한 생태계, 괴이한 존재, 끔찍한 사건을 접해왔지만 그녀의 포스는 언제나, 잠시 흔들려도 곧 평온을 유지했기에 많은 제다이들이 그녀를 보고 경탄하고 ‘훌륭한 마스터’가 될 것이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티로칸은 생각한다. ‘평온’이란 흔들림이 없는 것이 아니라 흔들림에 버틸 수 있는 것 아닐까나. 그녀는 감정을 제어하고 있던 것이 아니며, 단지 느끼지 않는다면. 그녀가 진정 ‘흔들림’을 겪게 된다면, 그러면 어떻게 될까? 물론 티로칸은 그것을 시험해볼 생각은 없었다. 그 결과는-예상한 대로라면- 너무나 참혹할 테니까.

티로칸이 이 시험의 결과를 보게 된 것은 그러나, 얼마 안 지난 미래였다.

댓글

로키, %2010/%05/%14 %23:%May:

오오 올리셨군요! (흥분) 기획하신지 어언 몇.. 년..(..) 뭐 50%긴 해도(?) 간결해서 강렬한 맛이 있네요. 제 해석으로는 로어틸리아 저건 외골격이랄까요, 자연적으로 갑옷이 있어서 잘 안 뚫리지만 한 번 뚫리면 바로 치명상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