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트 클라인

“내 이름은 모트 클라인이다. 마스터 모트, 혹은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들은 '영감'이라고도 하지.”
—마스터 모트 클라인

외모와 인상

모트 클라인은 60대 초반의 인간 남자로, 중간 키에 어깨가 넓은 다부진 체격입니다. 나이도 있고 옛 부상 때문에 가끔 지팡이에 의지하기도 하지만 평생에 걸친 활발한 신체활동으로 아직 정정합니다. 잿빛으로 센 머리는 어깨까지 기르고 있죠.

아마도 처음 보았을 때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얼굴에 한 붉은 문신일 것입니다. 젊어서 치른 종교의식의 징표라고 하는데, 이마에는 넓적한 역삼각형이 미간을 가리키고 있고 양쪽 뺨에도 눈 밑에서 시작해서 길쭉한 역삼각형이 내려가고 있어서 첫인상은 얼핏 야만스럽고 사납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이 할아버지가 시스는 커녕 파리라도 죽일까 싶어지는 게, 마스터 모트의 얼굴에서는 사람좋은 미소가 떠나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비상사태가 아닌 이상 주변에서 말다툼을 하건 말건, 누가 욕을 하건 말건 늘 조용히 미소짓는 것이 모트 클라인의 특징이지요.

웃으며 살아온 평생의 흔적이기라도 하듯 눈가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한편, 넓고 지적인 이마와 당당한 콧대, 높은 광대뼈와 각진 턱이 인자한 얼굴에 차분한 위엄을 더해주는 이 노인은 제다이 공의회의 살아있는 전설 중 한명입니다.

발굴

제다이 마스터 모트 클라인을 논할 때 '가장 완전한 제다이'라든지 '권좌를 버린 왕자' 같은 표현을 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본인은 그런 칭송을 싫어합니다. 원로 제다이 마스터에게 어울리는 겸손도 한 이유겠지만, 단지 그뿐만은 아니지요. 그보다는 모든 제다이가 그렇듯 자신은 포스의 의지에 충실하려고 애쓸 뿐이며, 그가 변방 행성에서 왕의 아들로 태어나 제다이가 된 사연은 권세를 버렸다는 식으로 떠받들기에는 복잡하고 씁쓸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거의 60년 전, 공화국 변방에 있는 이루독 항성계의 샤캄 행성은 민족간 분쟁으로 심각한 유혈 사태를 겪고 있었습니다. 샤캄은 공화국 구성세계는 아니었지만 확장중인 공화국과 교역 및 외교 관계가 있었고, 도저히 끝이 나지 않는 싸움에 샤캄의 왕국들 역시 지쳐서 공화국의 중재를 청했습니다. 이때 공화국의 외교관들과 함께 제다이 마스터 시엔 엘라세드를 비롯한 제다이들 역시 파견되었지요.

마스터 시엔과 그 일행은 우르옌 왕국의 왕 칼라이'안의 성에서 묵게 되었는데, 거기서 유독 눈에 띄던 아이가 칼라이'안의 대여섯살짜리 아들 모히야트였습니다. 호기심이 넘치는 아이는 처음 보는 외지인들을 경계하기는커녕 오히려 쫓아다니며 통역 드로이드를 통해 온갖 질문을 퍼부어댔습니다. 조금 나이가 많긴 했지만 모히야트에게는 강한 포스 잠재력이 느껴졌고, 머리 또한 영특해서 마스터 시엔은 아이가 제다이로 적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마스터 시엔은 칼라이'안에게 아이의 재능에 대한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내 보았지만, 칼라이'안은 버럭 화를 냈습니다. 자기 뒤를 이을 적자를 데려가겠다니 말도 안되는 얘기는 하지도 말라고 말이죠. 그래도 자기 혈육을 통해 공화국에 연줄이 생긴다는 생각에는 솔깃했는지 스무 처첩(..)의 소생인 30여명의 다른 자녀(..) 중 하나는 어떻겠냐며 일일히 제다이들에게 보였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들 중 누구에게도 별다른 포스 재능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마스터 시엔이 곤란해하며 이 사실을 알리자 칼라이'안은 마치 개인적인 모독이라도 당한듯 기분나빠하면서 모히야트가 제다이들을 만나는 것을 금지해 버립니다.

똑똑한 아이였던 모히야트는 그래도 종종 경비들의 눈길을 피해 제다이들을 찾아왔고, 마스터 시엔과 다른 제다이들은 이 조그만 왕자를 진정으로 아끼게 됩니다. 특히 마스터 시엔의 제자인 파다완 아카마르가 모히야트와 많이 가까워졌지요.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상황이 급변하고 교섭이 결렬되면서 칼라이'안은 우르옌 내의 소수민족인 케샤란에 대한 학살령을 내립니다. 제다이들의 목숨도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에서, 이상한 낌새를 미리 알아챈 모히야트는 경비들의 눈을 피해 헐레벌떡 제다이들의 숙소로 달려옵니다. 그리고는 자신을 인질로 잡으라고 말해서 제다이들을 놀라게 하지요.

고귀한 혈통의 인질을 교섭에 이용하는 것은 샤캄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전략이기는 했습니다. 그렇다 해도 공화국측의 인질이 됨으로써 친구가 된 제다이들을 살리고 아버지가 명령한 학살을 멈출 수 있을지 모른다는 계산을 정말로 여섯살짜리 모히야트가 할 수 있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그때부터 이미 포스가 그를 이끌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어쨌든 제다이들은 졸려서 곤히 잠든 모히야트를 파다완 아카마르가 업은채 무사히 빠져나오고, 모히야트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궤도상에 포진한 공화국군 함선들의 존재)에 힘입어 칼라이'안이 자기 영토내의 학살을 멈추고 휴전 협정에 서명하게 만드는데 성공합니다.

사태가 진정되면서 문제가 된 것 중 하나가 어린 모히야트의 처우였습니다. 칼라이'안은 아들을 바로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공화국 측에서는 칼라이'안의 협정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한가지 담보로 모히야트를 데리고 있고 싶어했습니다. 마스터 시엔 역시 그간 제다이들과 지내면서 무서운 속도로 포스를 깨달아가고 있는 모히야트를 제다이로 만들고 싶어했고, 모히야트 (당시 제다이들이 부르기 시작한 애칭은 '모트') 역시 그쪽을 원했지요.

그래서 모히야트는 보기에 따라서는 인질, 다르게 보면 제다이 후보생이라는 애매한 지위로 코루선트로 보내어져 제다이 훈련을 시작합니다. 샤캄 행성의 상황은 당시 공화국에서 꽤나 유명한 일이었기 때문에 일종의 신분보호 차원에서 '칼라이'안의 아들 모히야트' 대신 '모트 클라인'이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으며, 이때부터 그는 이 이름으로 알려지게 됩니다.

서품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수련생 생활 후 모트는 마스터 마사나스 밑에서 수학하게 되었고, 31세 되던 해에 나이트로서 다시 한번 고향 행성 샤캄을 찾게 됩니다. 샤캄이 공화국의 구성세계가 될 것인지를 두고 심한 진통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죠. 공화국에서는 모트가 현 왕의 아들이고 우르옌의 왕족인 점이 샤캄의 공화국 가입에 영향을 주기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불행히도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이해관계의 대립과 해묵은 원한이 터져 나오면서 다시 한번 샤캄은 긴장상태에 빠지고 있었고, 크고 작은 유혈사태가 벌어지면서 사태는 점점 심각해졌습니다.

게다가 너무 오랫동안 샤캄을 떠나 있었던 모트는 쉽게 샤캄 사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공화국의 앞잡이라고 반공화파에게 거리에서 돌팔매질까지 당하는 판국에 그가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란 미미했습니다. 쉽게 풀 수 없는 외교적 매듭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중 그는 어렸을 때 들은 전설을 떠올립니다. 우르옌이 작은 부족 국가였을 때부터 이어져내려온 이 예언성 짙은 이야기는 우르옌의 부족장 혈통에서 태어난 영광의 전사가 별들로 가는 길을 열어준다는 내용이었죠. 우르옌의 긴 역사에 걸쳐 종교적인 색채를 띄게 된 이 전설을 이용한다면 우르옌 왕국의 여론을 돌려 샤캄의 공화국 가입에 결정적인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모트는 판단합니다.

문제는 '영광의 전사'라는 대목. 이 표현은 우르옌의 부족 시대부터 이어지는 엘리트 전사 사제의 전통을 가리키는 것으로, 필요한 의식이 너무나 위험해서 마지막으로 시도된지도 수십년이 돼가는 일이었고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시도는 200년이 넘은 일이었습니다.

이 의식에 대해 조사한 마스터 마사나스는 바로 제자에게 의식을 시도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거의 고문에 가까운 고행과 오랜 금식은 둘째치고, 이 의식의 마지막 단계는 돌칼 하나만 들고 샤캄의 사막에 서식하는 거대한 파충류인 라칼트를 잡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셀 뿐만 아니라 맹독을 뱉고 지독하게 교활한 이 짐승은 숙련된 제다이 여럿이서 라이트세이버를 들고 덤벼도 당해낼 수 있을까 말까한 상대였는데, 혼자서 원시무기를 들고 대적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것이 마스터 마사나스의 판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유혈 사태까지 벌어지는 상황에서 모트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고, 이 예언을 실현하고 싶은 그의 마음에는 사실 공명심도 꽤 있었습니다. 자신을 외지인 취급하는 가족과 모두들에게 제다이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 또 남들은 목숨을 잃었다 해도 제다이인 자신은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젊은이다운 패기도 작용했죠. 결국 그는 스승 몰래 사제들을 찾아가 의식을 시작할 것을 청합니다.

그 이후에 벌어진 일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전설인지 불분명합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의식의 과정을 견뎌낸 모트는 마침내 라칼트와 대면했고, 여러 날에 걸친 힘든 싸움을 했다고 합니다. 평생 라이트세이버로 훈련한 그로서는 무게가 없는 라이트세이버와는 균형이 전혀 다른 돌단검을 제대로 쓸 수가 없었고, 그나마 단검마저 라칼트의 단단한 비늘에 걸려 부러진 후에는 포스와 맨손만으로 대적해야 했다고… 그리고 심한 부상을 입은채 점점 지쳐가면서 엄습해 오는 죽음의 기운을 느꼈다고 합니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어느 순간 모트는 자신에게 오직 라칼트에 대한 눈먼 증오만이, 살아남기 위해 상대를 죽이려는 갈증만이 남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적대감이 라칼트의 적대감을 더욱 부추기고, 라칼트의 증오는 또 자신의 증오를 키워가는 악순환 역시. 그리고 그 밑에는 서로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있다는 것을…

그 순간, 젊은 제다이 나이트는 한가지 결정을 내렸다고 전해집니다. 삶에 집착하여 두려움과 다크포스에 함몰되느니 차라리 이곳에서 목숨을 버리는 것이 낫다고. 샤캄 행성이 공화국의 일원이 되는 것도, 공화국과 제다이가 자신에게 거는 기대도, 모든 공명심도, 자기 삶에 대해 가졌던 모든 계획도 다 버리고 오직 포스의 의지에만 따르겠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는 모든 공격과 방어를 포기하고 그 자리에 앉아 명상에 빠졌다고 전해집니다. 라칼트가 함정을 우려해서 경계하다가 킁킁거리며 다가와도, 그에게 타는듯 고통스러운 독을 뱉어도, 그리고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해 달려들어도 오직 포스의 평온과 합일하는 데에만 집중하며.

어떻게 된 일인지 라칼트는 끝장을 내려는듯 공격하다가 갑자기 멈칫했다고 합니다. 모트의 절대적인 내적 평온에 감화되기라도 한듯 이 위험한 짐승은 마치 론토처럼 순해져서는 그의 옆에 와서 누웠다고… 그리고 그에게 음식을 가져다주고 사막의 뜨거운 태양을 피할 휴식처를 보여주었다고 전해집니다. 며칠 후 사제들이 부왕 칼라이'안이 마련한 장례 물품과 인부들을 이끌고 도착했을때, 그들은 라칼트에 기대앉은채 명상에 잠긴 모트를 보고 대경실색했다고 하지요.

모트는 자신이 의식에 통과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제들은 그에게 라칼트를 죽여서 의식을 완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모트는 거부했지만, 오히려 라칼트가 그의 어깨를 거대한 코끝으로 쿡쿡 찌르며 간청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전해지지요. 오랫동안 모트와 라칼트 사이에는 말없는 대화가 벌어지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모트가 사제 중 하나에게 새 칼을 빌려 일격에 짐승의 목숨을 끊었을 때 라칼트는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으며, 모트는 눈물을 흘렸다고도 합니다.

수많은 문화권의 영웅 설화에서 볼 수 있는 류의 이야기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어디까지가 믿을만한지는 불확실합니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이때 모트가 오른손의 손가락 중 셋을 잃어서 부분 의수로 대체해야 했다는 것, 그가 영광의 전사 의식을 통과했다는 것, 우르옌에서 소집된 대공의회에 영광의 전사 문신을 한채 참석해 의회의 여론을 완전히 돌렸다는 것, 그리고 우르옌 왕국의 지지에 힘입어 마침내 샤캄은 공화국의 일원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의회의 마음을 정말로 움직인 것은 이 젊은 제다이가 200년만에 나온 영광의 전사라는 사실 자체보다도 그에게서 느껴지는 무한한 내적 균형, 그리고 단순한 말 몇마디에서 느껴지는 깊은 진심의 힘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영광의 전사 의식을 치르기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이 완전한 평온은 그날 이후 그를 떠난 적이 없습니다.

또하나 확실한 것이라면 제다이 공의회에서는 마스터 마사나스의 건의를 받아들여, 제자를 나이트로 키우기는 커녕 아직 제자를 받은 적도 없는 젊은 나이트를 마스터로 승급시켰다는 사실입니다. 샤캄이 공화국에 가입하는데 한몫을 한 공적을 인정받은 정치적 인선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고, 실제로 그럴지도 모르죠. 진실은 저너머에(?)

루바트 오르가나

젊은 나이에 마스터가 된데다, 새로 공화국에 가입한 세계의 왕족이자 전설의 용사(..)라는 위치에 오른 모트는 쉽게 공의회 권력의 중추에 접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대신에 그는 변방을 찾아다니며 다크 제다이 및 시스와 싸우는 위험한 임무를 자청했고, 전쟁중에도 최전선에서 싸웠습니다. 전쟁이 벌어지기 전에 그의 제자가 된 루바트 오르가나도 다르지 않았죠.

루바트 오르가나는 일찍 죽지 않았더라면 스승만큼이나 크게 되었을만한 재목이라는 것이 많은 제다이의 평가입니다. (그리고 이런 얘기가 나올 때면 마스터 모트의 현 제자에 대한 시선이나 말이 곱지만은 않으리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알데란의 대귀족가인 오르가나의 장남으로 태어난 루바트는 어렸을 때 제다이의 눈에 띄었지만 제다이가 되는 것을 부모가 반대한 경우입니다. 좀더 커서 이 사실을 안 루바트는 여객선의 선장을 매수해서 밀항을 해 코루선트의 제다이 템플에 나타났고, 이미 나이는 10대 중반이었지만 제다이 마스터들을 설득해서 결국 받아들여졌죠.

왜 부모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제다이가 되려냐는 물음에 루바트는 그러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라고 대답했습니다. 포스의 강한 인도가 느껴지는 이 가출 청소년(..)에게서 모트는 어린 시절의 자신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루바트가 마스터 모트의 제자가 된 것에 대해서는 사람에 따라 '제다이 내의 파워 블록' 같은 말을 써가며 비아냥거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제다이 중 모트나 루바트 같은 특권층 출신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모트의 경우에 그랬듯 이들의 출신이 가지는 정치적 의미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모트와 그의 제자는 전쟁 후에도 위험한 변방을 찾아다니며 시스 잔당의 소탕을 계속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던 중 루바트는 시스 로드 다쓰 세데스에게 숨졌지요.

자락스 토레이

아무리 감정은 없고 평온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 제다이의 법도라 해도, 루바트를 죽인 다쓰 세데스의 전 제자, 그리고 스스로도 수많은 제다이를 살해한 자락스 토레이를 새로 제자로 받은 마스터 모트의 결정에 납득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노망이 났다는 얘기도 없지 않았죠. 스승마저 제자의 죽음을 개의치 않다니, 스승만 믿고 따르던 루바트만 불쌍하다는 수군거림도.

하지만 아무리 내적 평온으로 유명한 제다이 마스터라고 해도 마스터 모트 또한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끼는 제자를 잃은 후 그 역시 들끓는 분노와 고통을 잠재워야 했고, 심지어는 공의회에서 사퇴할 것까지 고려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평생 처음으로 '선택'이라는 것이 주어진 순간, 날 때부터 배워온 모든 것에 등을 돌리고 자신의 인간성을 선택한 젊은이를 지켜보며 마스터 모트는 제다이 템플에서 루바트를 처음 만난 때를 떠올렸습니다.

어쩌면 루바트가 알데란에서 보장된 특권을 버리고 제다이 템플로 찾아오지 않을 수 없게 한 포스의 강력한 의지는 바로 이 자락스라는 젊은이를 향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루바트의 모든 가능성과 그 순수했던 헌신, 포스에 자신을 완전히 맡길 수 있었던 신뢰… 그 모든 것의 최종적인 지향이 바로 그 순간, 다쓰 세데스에게서 자락스를 살리기 위한 포스의 의지였다면? 루바트를 통해 실현될 수 있었던 모든 것들이 자락스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면?

코루선트로 자락스를 데리고 와서 그의 신뢰성을 스스로 보증한 모트에게 마스터 아카마르는 바보라고 질책했습니다. 마스터 모트는 오랜 친구에게 조금은 슬픈, 하지만 조용한 미소를 지어보였을 뿐입니다. 그의 목숨보다 소중했던 제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고통과 증오의 악순환을 끊어야 하는 필요 앞에서 그에게 과연 선택의 여지가 있었는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다이의 길이 그렇게도 어렵고 때로는 비인간적인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포스의 뜻을 따르는 것이 그에게 이만한 희생을 강요했기 때문에 그는 더욱 끝까지 지켜보고 싶은 것입니다. 자락스 토레이라는 청년의 미래를. 과연 루바트의 꽃다운 목숨을 대가로 무엇을 구입한 것인지는 시간만이 알려주겠지요. 시간, 그리고 포스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