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크락

'제다이 로크락이 몽 칼라마리의 전형이라면 몽 칼라마리 행성의 공화국 편입에 의한 유익은 헤아리기조차 힘들 것이오.'

- 제다이 마스터 모트 클라인

시트

특성치

  • 이성 5d6
  • 신체 2d6
  • 마음 3d6 1)
  • 의지 3d6

능력치

  • 기계라면 뭐든지 잘 안다 2d8
  • 차분하고 이성적인 태도 1d10
  • 1d6
  • 1d6

인간관계

  • 제자 센 2d6
  • 친구 베오나드 코티에르 1d4
  • 제다이 공의회 1d6
  • 린라노아와 그 일행 1d6

발굴

공화국은 현재 몽 칼라마리의 존재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습니다. 공화국 선박들이 가끔 우주공간에서, 혹은 변방의 먼 우주항에서 열정적인 우주 탐험가인 몽 칼라마리와 마주치곤 하니까요. 하지만 공화국의 경계에서 멀리 떨어진 몽 칼라마리 본 행성에는 공화국의 영향이 전혀 없고, 따라서 몽 칼라마리는 현재 공화국에 속한 세계가 아닙니다. 몽 칼라마리 자신들도 공화국과 접촉할 필요는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로크락이 제다이에게 발견된 것도 우주공간에서의 조우 도중이었습니다. 그 시작은 제다이 나이트 칼레나 할라크가 공화국의 변방에서 엔진 정지로 표류하게 되었다가, 구조신호를 포착한 선박에 구조된 것이었죠.

그녀를 도와준 사람들은 몽 칼라마리 부부 (그들의 표현으로는 '생의 동반자') 무트랄리와 아칸카로, 우주지도를 만들기 위해 여행하는 탐험가들이었지요. 아칸카에게서 칼레나는 처음부터 강한 포스 잠재력을 느꼈습니다. 이미 성인이고, 가정이 있다는 게 아쉬울 정도로… 하지만 두 사람의 알에서 깬지 얼마 안된 아들 로크락에게서 그 이상으로 강한 잠재력을 느끼자 결국 제다이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예상대로 무트랄리는 딱 잘라 거절했지만 의외인 것은 아칸카의 반응이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녀는 오히려 칼레나의 제의를 받아들이자고 남편을 설득하기 시작한 것이죠. 어쩌면 칼레나가 느낀 아칸카의 포스 잠재력이 미래에 대한 예지로 발현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타협안으로 무트랄리는 일단 경로를 코루선트로 잡는 데에는 동의했고, 가는 길에 아칸카와 칼레나는 그에게 매달려서(..) 설득했습니다.

관측과 조사를 해가면서 코루선트로 가는 느릿느릿한 여행길 동안 무트랄리는 제다이에 대해 자세히 알기 위해 칼레나에게 날카로운 도덕적 질문들을 제기했고, 훗날 칼레나는 이때의 토론은 어떤 제다이 마스터와 나눈 대화보다 치열한 지적 자극이었다고 회상합니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었는지, 코루선트에 도착해 제다이 템플을 둘러보고 다른 제다이들을 만나본 무트랄리는 아들을 두고 가겠다고 동의했죠.

훈련기

수련생 시절부터 라이트세이버 훈련에는 별 흥미가 없이 기계를 설계하고 고치는데 관심이 많았던 로크락이 제다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실 별로 없었습니다. 아마도 파다완으로 선택되지 못하고 공의회의 탐험이나 의학 부서, 혹은 공화국 공병대에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예측이 지배적이었고, 본인도 그쪽이 편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의 포스는 불행히도(?) 강했고, 처음 그를 발견했던 제다이 칼레나 할라크가 우여곡절 끝에 그의 스승이 됩니다.

코루선트로의 여행중에 무트랄리와 아칸카, 특히 아칸카와 좋은 친구가 되었던 칼레나는 로크락을 제자로 받은 후 기회가 날 때마다 그를 데리고 몽 칼라마리에 들렀습니다. 가족관계란 강렬한 감정을 유발하기 때문에 훈련기에는 가족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공의회의 원칙입니다. 하지만 칼레나가 몽 칼라마리의 평화롭고 이성적인 기질에 대한 특별 보고서를 공의회에 올렸고, 또 몽 칼라마리가 공화국 구성세계가 아니기 때문에 자칫하면 로크락이 자기 문화에 완전히 무지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공의회에서 특별히 허락을 받은 것이지요.

이러한 방문 덕분에 로크락은 몽 칼라마리 특유의 문화와 기술에 친숙해졌습니다. 그리고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몽 칼라마리 제다이라는 특이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평온하고 잘 적응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요. 이에 대해서는 종으로서 몽 칼라마리의 특징이 제다이에 적합하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있고, 한 개체이자 제다이로서의 성장기인 파다완 시절에 가족과 고향 문화를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습니다.

전쟁

엑자르 쿤의 전쟁이 터졌을 때 파다완이었던 로크락은 제다이로서는 이례적으로 공화국의 공병대 지휘관으로 복무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아무리 어려운 기술적 문제가 생겨도 '마치 딴생각하는 사람처럼 가만있다가' 결국에는 해결책을 찾아내기로 유명해졌지요. 뿐만 아니라 공화국 각지에서 차출되어 온 혼성 부대 내의 알력을 잠재우고 모두가 협력할 수 있게 유도하는 사회성도 탁월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카쉭에서 필요한 연결 도로를 자재 부족으로 완성할 수 없게 되자 로쉬르 나뭇가지들의 성장을 유도하는 방법을 고안해서 메꾼 일이라든가, 나부 행성에서 적의 폭격이 심할 때 겅간 원주민들과 접촉해 지하 동굴을 연결한 보급로를 확보한 등의 일화는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있지요. (나부의 지하동굴에서 거대한 수중생물이 공격해 왔을 때 그가 라이트세이버를 뽑아서 싸우자 '저 물고기머리가 진짜 제다이였어?' 하고 다들 놀란 일화도 있지만, 넘어갑시..)

다른 제다이와 마찬가지로 로크락도 전쟁중에 많은 친구와 동료를 잃었지만, 특히 스승인 칼레나 할라크가 전사한 것은 그에게 큰 상처가 되었습니다. 대(對) 라이트세이버 형식인 마카시의 실력자였던 칼레나는 시스와 직접 교전하는 최전선에서 싸웠고, 많은 공을 세우기도 했지만 시스 함선 벤젼스의 선상에서 다쓰 세데스와 거의 세시간에 걸친 전투 끝에 쓰러졌지요.

아직 파다완인데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칼레나였지만, 기술자로서 제자의 능력이 공병대에 꼭 필요하고 그쪽이 그나마 안전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죽음 후에 로크락은 어쩌면 자신은 스승 곁에 있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회의를 느끼기도 했고, 칼레나의 죽음은 그가 처음으로 열정을 가지고 라이트세이버 실력을 연마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이트 서임

역시 전투원 직책이 아닌 제다이로는 이례적으로 로크락은 공로를 인정받아 전쟁중 제다이 나이트 서임을 받았습니다. 공의회는 그가 복무중에 나이트의 자질을 보였으며 필요한 시험을 모두 통과했다고 결정했지요. 어쩌면 전사한 칼레나 할라크에 대한 예우 차원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도 가능합니다. 제다이 공의회 역시 사람이 하는 조직이니까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던 것이, 전쟁중에 나이트와 마스터의 수가 심각하게 감소한 공의회로서는 로크락과 다른 많은 파다완들에게 일일히 새 스승을 붙여줄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최대한 빨리 새 나이트와 마스터를 만들어 신진을 양성할 필요가 있었지요. 종전 즈음하여 로크락도 제자를 받게 됩니다. 부족단위의 수렵채집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넬바니안(영문) 종족의 청년, 센 테즈나 ('붉은 바람')가 그였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렇게 안어울리는 사제지간도 드물다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로크락이 과학기술자의 확고한 이성으로 포스에 접근하는 반면 센의 세계관은 공의회와 공화국의 주류에서는 벗어난 것이었죠. 특히 결정적인 순간마다 제자를 이끌어준다는 '인도자'의 존재를 로크락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반면 모든 과학과 이성을 뛰어넘어 번번히 설명 불가능한 과정으로 최선의 결과를 낸 인도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오히려 비합리적이라는 것도 납득하고 있었지요.

이렇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로크락은 센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평온, 즉 우주와 그 속에서의 자기 위치에 대한 본질적인 자신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비록 로크락 자신의 경우는 그 기반이 과학과 합리성이고, 센의 경우는 신비주의적 영성이라고 해도 말이죠. 바로 이 점이 스승과 제자의 중요한 공감대이며, 센이 제다이로서 대성할 것이라고 로크락이 확신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이트 칼레나가 자신에게 해주었듯 로크락도 센이 자신의 문화적 뿌리를 되찾도록 도와주고 싶어하지만, 혼란한 전후 상황에서 넬반을 방문할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지금 센의 부족은 넬반 행성을 개발하고 식민화하려는 대기업 및 그들과 연합한 적대부족과 힘든 싸움을 치르고 있어서, 이 상황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정의감이 강한 센이 자칫 분노에 빠지는 결과가 될까 공의회는 저어하고 있지요.

대신 로크락은 센이 부족의 전통과 문화를 공부할 수 있게 최대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그가 센을 위해 개발한 넬반 가상환경은 지리학자와 생태학자들도 사본을 요청할 정도로 정교하지요.

라이트세이버

별로 라이트세이버에 관심이 없는 제다이로서는 역설적이지만, 라이트세이버 조립은 로크락이 파다완의 시험을 치르며 가장 시간과 공을 많이 들인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의 관심이 라이트세이버의 전투력 그 자체보다는 기술적 성능이었다는 사실은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요.

수많은 행성의 지질학적, 광물학 조사보고서를 읽어보고 필요한 크리스털이 날만한 곳을 모두 찾아가본 그는 천신만고 끝에 모은 크리스털 중 필요한 것만 고르고 나머지는 아카데미에 미련없이 기증했습니다. 크리스털 사이의 피드백 도면을 그리고 모든 크리스털을 정확히 자신이 필요한 형태로 다듬는데 다시 몇개월이 흐르고, 기본 라이트세이버 설계에 자신만의 독창성을 가미한 최종 결과물은 공의회에서 도면과 제작과정 보고서를 요청할 정도로 특이한 것이었죠. (2d6 라이트세이버는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높은 에너지 효율과 방사판 배치의 변경, 뚜렷하고 응집된 빔 등 세부적인 기술 사항은 차치하고라도, 아마 로크락의 성격을 제일 잘 보여주는 특성은 이 라이트세이버가 상대에게 위력조절이 가능한 전기 충격을 준다는 점일 것입니다. 즉 살상 없이 순간 마비시켜 제압을 목표로 한 설계인 것입니다. 게다가 공화국 주요 종족마다 잠시 몸을 마비시키지만 지속적인 부상은 없는 전류량을 알아낸 후, 전류 조절 스위치의 해당 세팅에 조그맣게 그 종족의 캐리커쳐를 새겨놓은 것은 한편 재밌으면서도 제작자가 어떤 사람인지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기도 하죠.

시간이 날 때마다 로크락은 라이트세이버를 재조립하고 변형시키고는 했는데, 소레수를 본격적으로 익히기 시작한 후 라이트세이버 빔의 반사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엑자르 쿤이 양날 라이트세이버를 개발하고 라이트세이버의 에너지 흐름을 비약적으로 단순화하는 등 라이트세이버 기술에 일대 혁신을 가져오기 전까지, 로크락은 라이트세이버 기술에 점진적이지만 중요한 기여를 한 제다이 중 하나입니다.

전투 양식상 로크락은 그답게도(..) 가장 방어적인 3식 소레수에 집중했으며, 전투훈련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은 제다이니만큼 공격은 수련생들이 배우는 기본식인 1식 시-초우의 수평 베기를 이용합니다. 유리한 위치의 점거에 중점을 둔 소우칸의 기법 또한 흥미를 가지고 익혔지만, 물속이 아니면 몸놀림이 특별히 빠르지 않은 신체조건상 소우칸 숙련자들 특유의 민첩한 움직임보다는 지형과 전세를 분석해서 순간순간 전술적 판단을 내리는데 집중합니다.

외모와 성격

키는 168cm 정도로, 몽 칼라마리 남성의 평균보다 조금 작습니다. 몸집 또한 작아서 꽤나 위협이 안 느껴지는 인상이랄까요. 몽 칼라마리 특유의 뒤로 기울어진 둥근 머리와 머리 양옆으로 돌출한 안구, 콧대가 없이 콧구멍만 난 코와 자잘한 이가 난 입이 눈에 띕니다. 조용하고 늘 뭔가 딴생각을 하는듯한 과학자나 학자 인상입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제다이의 이미지에 익숙한 사람들은 말이 별로 없고 눈에 띄지 않는 성격인 로크락이 다소 의외일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그는 과학기술에 대한 것이 아니면 특별히 열정이나 창의성을 발휘한 일이 없으며, 주어진 일은 모두 잘 해내지만 화려한 구석은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다이에 대한 환상은 다 깨는 존재랄까요.

이런 로크락이 성공적인 제다이인지 묻는다면 그를 아는 공의회 관계자들은 '포스가 그를 통해 움직이고 있으며,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전쟁중 방벽을 쌓고 다리를 건설하는 일이든, 제다이 템플의 난방 시스템을 보수하는 일이든 이 제다이 나이트는 눈에 띄지 않지만 꼭 필요한 일들을 묵묵히 해왔고, 그 성과야말로 포스가 그를 통해 작용하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로크락 같은 인물은 제다이 공의회에 얼마나 다양한 재능과 개성이 필요한지 보여주는 산 증거인 것이지요.

로크락 일내다

블로그 링크: 한편 코루선트에서는...

“좋은 밤입니다, 나이트 로크락. 행선지는 어떻게 되십니까?”

통신 시스템에서 나오는 따스한 인사에 로크락은 애써 침착하게 대답했다. 최대한 태연하게 얘기해야 했다. 정말로 일상적인 상황인 것처럼. 마치 잘못한 게 없는 것처럼.

“좋은 밤입니다, 관제사. 일전에 등록한 사항대로 몽 칼라마리에 며칠 다녀오려고 합니다. 그쪽 기술자들에게 좀 상담할 게 있어서 말이지요.”

그는 더 말하고 싶은 것을 참았다. 너무 구구절절 얘기했다가는 변명처럼 들릴 것이고, 그러면 의심을 받을 것이다. 그는 어떻게든 긴장을 풀어보려고 계기판을 이것저것 조작하기 시작했다.

“먼 길이지만 편하게 다녀오시기 바라겠습니다, 나이트 로크락. 포스가 함께 하시길.”

“포스가 함께하길.”

목이 바작바작 말라붙어서 목소리가 순간 갈라졌다. 로크락은 혹시 상대가 이상한 기색을 챌까봐 신경을 곤두세웠지만 출발 허가 신호는 정상적으로 떨어졌고, 상대의 마음이 변할세라 그는 서둘러 이륙절차를 시작했다.

제다이 템플의 비행격납고가 저 뒤로 멀어지고 ‘아쿠아룩스’ 호가 코루선트의 하늘에 높이 떠오른 후에야 그는 어느정도 긴장을 풀며 조종석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아노비스 상공을 가득 메운 시스 함선들의 폭격도, 석달 밤낮 작업한 데이터베이스가 날아갈 위기도 이겨낸 바 있는 그였지만 익숙하지 않은 거짓말에는 목이 막혀버리는 기분이었다.

“후… 이래서 죄짓고는 못산다니까.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느냐?”

옆쪽으로 시선을 던지자 항법사 자리는 비어 있었다. 하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데… 다시 한번 로크락은 자신이 꿈을 꾸었거나 환각을 일으킨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한밤중에 불편한 잠에서 깨어났다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붉은 암늑대의 눈을 처음 마주친 순간 그랬듯이. 하지만 그럼에도 항법사 자리에 얌전히 앉아 그를 격려하듯 바라보던 늑대의 존재가 사라진 지금 마치 혼자 버려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도 이제는 혼자나 다름없으니.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화면에 항로 좌표를 불러왔다. 시간이 없었다. 비록 발견이 늦어지도록 밤에 작업하고 경보에 시간지연을 걸어놓기는 했지만 그 이전에도 혹시 이상이 발견되면 그가 한 짓이 발각당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당연히 몽 칼라마리로 갈 수는 없었다. 수평선에서 수평선까지 광대하게 펼쳐진 바다의 기억, 가족과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을 애써 뿌리치며 로크락은 다른 행선지를 찾아 지도를 뒤졌다. 일단은 페를르미안 교역로를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기는 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에는? 일단 추적이 시작되면 빠른 출구가 필요했다. 어쩌면 왔던 길을 되밟아 하이디안 통로로…

그 와중에도 그는 머릿속으로 수도 없이 그가 좀전까지 돌렸던 프로세스를 되짚고 있었다. 정말로 프로토타입이 저장된 모든 파일을 찾아내서 지운 것일까?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인지라 파일 수는 제한되어 있기는 했지만 어쩌면 놓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전체 그리드의 크래쉬까지 유도한 것은 바라는 바는 아니었지만, 제거를 철저하게 하려면 가장 빠른 방법이긴 했다. 복구 설명서는 작성해 놓았으니 큰 곤란은 겪지 않겠지. 아마도.

모순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신이 직접 복구를 지휘할 수 없다는 생각에 손끝이 움찔거렸다. 그렇게도 애지중지 관리하던 시스템을 스스로 망가뜨리고 도망쳤다는 사실이 거의 물리적인 존재감으로 새삼 부딪쳐 왔다. 태어나자마자 몸담아왔던 공의회에 등을 돌렸다는 사실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처음 이 계획을 세웠을 때부터 강박적으로 그래왔듯 프로토타입의 데이터가 잘 저장되었나 확인한 후 그는 다시 항로 좌표에 주의를 돌렸다. 공화국에 몽 칼라마리인이 눈에 띄지 않고 숨을 곳은 많지 않았다. 어쩌면 결국에는 공화국 영역을 완전히 벗어나야 할지도 모른다. 그 생각에 또다시 찬바람이 가슴을 스치는 것을 느끼며 그는 항법 컴퓨터에 좌표를 입력했다.

옆에서 작은 삑삑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BR-100이 물잔을 내밀며 계기판의 빛을 깜박거리고 있었다. BR-100의 정기적인 물 배달은 탈수가 쉽게 되면서도 작업에 열중하면 수분보충을 잊는 그를 위해서 센이 만들어준 루틴이었다. 그때 그녀석 나이가 열살이었던가 열한살이었던가. 로크락의 목줄기를 붙잡고 강제로 물을 먹이는 명령만 제거한 후에는 (덕분에 제다이 템플 사람들은 정신없이 도망다니는 넬바니안 꼬마를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추격하는 몽 칼라마리인이라는 진기한 구경거리를 볼 수 있었다) 손댈 필요 없이 쭉 써오고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이게 다 너 때문이다, 이 말썽만 부리는 제자 녀석.”

물잔을 입에 가져가며 로크락은 변방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제자에게 욕을 퍼부었다. 그는 다시 한번 빈 항법사 의자에 원망스러운 시선을 던졌다. 제자에게 말로만 들었던 ‘인도자’의 모습을 그대로 빼닮은 존재, 혹은 환영이 그가 고민하던 그 순간에 그의 눈앞에 나타났던 것은 일종의 환각 전염이었을까, 다크포스의 속임수였을까, 아니면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다른 무엇이었을까.

경위가 어찌되었든 그는 평생을 바쳤던 모든 것에 등을 돌린채 드넓은 우주를 마주하고 있었다. 평생 이렇게 자유로운 것도, 이렇게 막막한 것도 처음이라고 생각하며 나이트 로크락, 아니 로크락은 ‘아쿠아룩스’의 대기권 이탈을 기다렸다.

1) 단기 피해: 본래 4d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