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뮤얼의 기차 여행

'칙~! 칙~! 칙~! 칙~!'

새하얀 연기를 뿜어내면서 증기기차는 천천히 그 무거운 동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창 밖으로 코흘리개 꼬마들이 선로를 따라 뛰어오는 것을 보며,

새뮤얼은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을 떠올렸다.

이런 시골 마을의 아이들과는 다르게

아직 어린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점잖은 모습이 흐뭇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저렇게 천진난만한 모습도 보여줬으면' 하는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든달까.

그가 잠시 상념에 빠져있는 동안 기차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마을 입구에 있는 정거장이 점점 작아지더니 이윽고 저 멀리 사라져버렸다.

'다들 별 일 없이 잘 지내고 있게지?

방학과제는 잘 하고 있으려나.'

아직 2주나 남은 방학이건만 벌써부터 아이들이 그리워진다.

선 황제인 코러스2세가 교육에 대단한 열정을 쏟아 지금은 귀족 평민 할 것 없이

나이가 되고 형편이 되면 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관례다.

그가 맡은 반의 학생들 역시 귀족과 평민이 골고루 섞여있다.

물론 엄연히 신분의 격차가 존재하고 있지만, 배움의 장소에서는

만인이 공평하다는 선 황제의 유지때문에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설마하니 교칙이 신분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격하게 적용되는 와중에

불명예스럽게 퇴학당하고 싶은 귀족가의 자제가 있을까.

“오! 하이겐베르그 자작의 비공정이오!”

갑자기 시끌벅적해진 옆 좌석을 바라보자 창 밖으로 대운하가 보인다.

운하위에는 증기선들 대신 거대한 비공정 한 척이 조용히 흔들리고 있다.

'역시 비공정이란 건 대단하군'

수도의 초급학교에 부임한 이후로 세 번째로 보는 비공정이지만

아직도 그 화려함과 거대한 크기, 그리고 그것이 하늘을 나는 것을 직접 보았을 때의

충격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자리잡았다.

제국시민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비공정이다.

대공령에서 시작된 비공정 무역은 불모지라고 생각되었던 오지를 개척하고

새로운 특산품으로 무역에 활로를 열어주었으며, 중계무역지가 생김으로서

전쟁으로 갈 곳이 없어진 유민들에게 제2의 고향을 만들어주었다.

어디 그 뿐인가.

격오지로의 물자 보급 능력은 제국의 전선을 확장하는데 일등공신이 되었다.

식민지가 늘어날수록 제국시민들의 삶은 눈에 띄게 윤택해지는 것이다.

현 황제 역시 대단한 선정을 베풀고 있지만, 아무래도 선제와는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자 오늘의 제국을 있도록 만들어준 큰 밑바탕이 바로 저 비공정이다.

'흠, 그런데 어째서 운하위에 떠있는거지?

비공정이 다니는 길이긴 하지만 불시착할 경우가 아니면…음?!'

새뮤얼은 안경을 고쳐쓰고 옆 좌석의 남자들에게 양해를 잠시 구한 후

비공정 쪽을 자세히 살펴봤다.

비공정 위쪽의 가벼운 기체를 넣는 구조물위에 덮은 천이 여기저기

길게 찢어져있는 데다가 그 화려한 외관의 선체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어 그곳으로 물이 들어갔다 나왔다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사고라고 하기에는 이상한데…”

'끼이이익~~!! 칙~~'

그 때, 갑자기 기차가 멈춰섰다.

“꺄아악!”

“우와악!!!”

“무슨 일이야 이거?!”

마치 시골시장바닥처럼 시끌벅적해진 객실안으로 얼굴에 복면을 쓰고

긴 검정코트로 전신을 가리다시피한 차림의 남자 둘이 들어왔다.

과묵하고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 어울리지않게, 그들의 코트에는

막 날아오르려는 흰색 비둘기가 왼쪽 가슴에 그려져 있다.

'저 문장은!'

새뮤얼이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깨닳은 순간,

왼쪽의 남자가 코트 안쪽에서 길다란 건 블레이드를 꺼내

천장에 대고 탄환을 발사했다.

'탕!'

일순간 떠들썩하던 객실안에 정적이 감돌았다.

“지금부터 이 열차는 희망의 날개 아래 놓이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여러분이 우리의 지시를 잘 따라주시기만 한다면, 우리는 여러분에게

불가피하게 빼았긴 시간외에는 어떠한 불이익도 당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희망의 날개일지, 제국을 덮는 암운의 그림자일지 모를 조직,

그들은 스스로를 Esperanza(희망) 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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