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鄕愁)

사랑하는 샤나에리스에게,

달을 보며 앉아 글을 쓰는 일이 여인답지도 않고 전사답지도 않다는 것은 잘 압니다.

전사에게 밤은 잠을 한 시간이라도 더 자거나 훈련을 하거나 사랑을 나눌 시간이지, 밤에 한숨지으며 편지를 쓰는 것은 소박맞은 남정네에게나 어울리지요.

그러나 어쩔까요, 활도 잡히지 않고 잠도 오지 않는 밤의 침묵 속에 떠오르는 상념은 하나하나 나의 적인데, 이 적에게는 차가운 쇠도 듣지 않습니다.

이런 때는 엉킨 생각을 풀어내는 펜만이 나의 무기이며, 곁에 없는 그대만이 나의 아군이지요.

노스탤지어 (Nostalgia)…

나의 주군인 그대와 아라가 한편에 설 수 없게 한 그 이름은 인간들의 조악한 언어로 '향수'라는 뜻인 것을 아시는지요.

재미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었지요, 인간 국가들의 저 가혹한 파도에 맞선다는 집단의 이름 치고는 부드럽고 따뜻한 이름이라고도.

그러나 이런 밤이면 깨닫게 됩니다, 향수란 부드러운 감정도 따뜻한 마음도 아니라는 것을.

향수란 바닥이 없는 검은 심연, 영영 보답받지 못하고 얼어붙는 마음, 울부짖으며 닥치는 대로 파괴하는 폭풍임을 깨닫게 됩니다.

절대 되찾을 수 없는 것을, 품안에 그 감촉이 생생한데도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진 것을 갈구한다는 것은 마셔도 마셔도 채울 수 없는 갈증입니다.

없는 것을 뒤돌아보는 그 행위에는 위안도 타협도 온기도 없습니다. 가슴을 쥐어뜯으며 허공에 부르짖는 고통이 있을 뿐.

우리가 사냥개들과 살육자들에 칼을 든 것은 그들이 오기 전의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향수가 아니라면 무엇입니까.

우리 동족과 친구들이 자유롭던 때, 우리가 어머니1)의 수호자로서 당당하던 시절, 우리 땅의 해안에 벌레처럼 늘어나는 침탈자가 없었던 때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피를 흘리지만…

예, 이런 밤이면 인정할 수 있습니다. 과거는 영영 돌아오지 않지요. 인간들의 존재는, 그들이 휘두르는 새 문물의 칼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이니까요.

그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바다로 내몬다고 해도 우리의 옛날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미래는 우리가 그리워하는 과거와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돌아오지 않는 어제, 다시는 내 사람일 수 없는 연인, 죽은 친우와 혈육에 대한 그리움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공허일 따름.

그래서 나는 그 향수의 이름으로 스스로 무(無)가 되려고 합니다.

과거밖에는 남은 것이 없기에 그 기억, 그 사랑 외에 모든 것을 부인하여 바람에 날리는 먼지 되면 마침내 이 아픔에서도 벗어나리라,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강인한 당신은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를 마주할 용기가 있지만, 나는 부끄럽게도 그런 당신을 따를 용기가 나지 않는군요.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피의 맹세를 지키지 못하는 것이 죄스럽고 또 죄스럽습니다.

그러나 내가 향수에 못이겨 스러져버려도 나의 자매이며 친우이며 군주, 언제까지나 내 마음의 여왕인 그대를 그리는 마음은 같다는 것을 그대가 알까요.

그것만이 소중한 모든 것이 죽어가는 날들에 나의 유일한 영원, 어디 있을지도 알 수 없는 무덤까지 품고갈 나만의 작은 불멸이겠지요.

달이 져갑니다, 내 사랑. 작별의 때가 다가오지요. 그대를 못 보게 된 나에게는 또 하나의 향수가 생길 것 같습니다.

그대의 밤이 편안하기를, 그대의 꿈에는 행복만이 가득하기를, 그대의 내일에 축복이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결코 보내지 않을 내 처량한 서한은 침묵의 노래 되어 허공을 맴돌다 스러지겠지요. 당신에 대한 내 그리움이 그러하듯이.

당신의 아라가.

샤나 샤나 샤나에 보고싶어요오오 그래서 곰이 작은 새에게 말했는데, 동쪽 산에는 괴물이 살아서 랄라룰루 (이후 해독 불가)

1) maram ër dara—나무의 어머니—를 줄인 말로, 생명수를 가리킨다. 다크엘프 종족의 어머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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