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이클립스(흑염의 바스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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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가 복수해야할 대상은 '전장' 그 자체였던 건가..”

울지 않는 꼬맹이

0.

“내새끼, 씩씩하게 살 수 있지..?”

어머니의 눈은 분명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세상이 온통 검게 물든 처절했던 밤.. 식어가는 어머니를 그러안고 짐승처럼 섧게울던 그 밤..

어머니의 웃음과 따스함으로써 존재했던 무언가가..

…결여됐다…

1.

“이 새끼가!”

퍽-

흔해빠진 일이었다. 어른들이 사냥을 떠난 마을에선 언제나 아이들이 대장이었으니까.. 평소라면 들려왔을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것이 이상한 일이었을 뿐이다.

작은체구의 아이(꼬마)위에 올라타, 덩치큰 아이가 숨을 몰아쉰다.

“이 새끼, 항복안해!?”

”…..”

“이 새끼가 내가 누군줄 알고!!”

퍽- 퍽-

올라타있는 아이가 연신 주먹을 휘두른다. 부풀어오른 뺨과 터지다 못해 해진 입술..

손에 피가 흥건히 묻어나옴에도 올라탄 아이는 주먹질을 멈추지 않는다.

“아,악센형 이제 그, 그만하자. 그러다가..죽, 죽겠어..”

“야 빌리! 네가 언제부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아,아니..그, 그래도..아,아직..어,어리잖..”

“신경꺼! 더듬어대서 뭔 말인지도 모르겠네…”

“이,이게 그,그거랑 무,무슨 사,상관인데..?!

뒤에서 덩치큰 아이, 악센을 말리던 아이가 눈에 쌍심지를 올린다. 빌리의 시퍼런 눈빛에 등골이 쭈뼛해진 악센은 곧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이 빌어먹을. 미안하다. 내가 실수했다. 이 꼬맹이새끼 떄문에 너무 흥분했나봐.”

“아,알면 돼,됐어..”

악센과 빌리, 하르킨 개척마을의 골목대장들이다. 싸움실력은 엇비슷, 악센이 큰 덩치와 힘으로 상대를 제압한다면 빌리는 빠른발로 상대의 급소를 노리는 방식으로 싸움의 맥을 끊어놓는다. 서로의 실력을 알기에 어느정도 선을 넘지않는 이상 둘은 척을 지지 않는다. 한 살 어린 빌리가 악센을 형으로 대접해 주듯, 악센도 빌리의 말더듬을 놀리지 않는 일종의 불문율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이 독종새끼, 졌다는 말 한마디면 이 꼴을 안당할거 가지고..눈물 한방울 안흘리니..”

악센은 밑에 쓰러져있는 꼬마를 일별하고는 곧 고개를 젓는다.

“아,악센형 그만 가자. 이,이제 아,아저씨들 돌아오는 시,시간이잖아..”

“벌써 그런가. 썩을 그만 가자. 이새끼 한번만 더 그딴식으로 날 봤다간 다음엔 정말 죽을줄 알아!!”

우루루 아이들이 몰려나간다.

'우리 단! 엄마 없다고 울면안돼! 아줌마 말 잘듣고…'

”..엄마..”

아이는 비척이며 몸을 일으킨다. 조금은 처리를 해둬야 엄마가 덜놀랄테니까..

xxx

물가에 가서 대충 피묻은 얼굴을 닦고 옷매무시를 다듬는다. 엄마를 조금이라도 빨리보고 싶어서 급히 골목길을 가로지른게 화근이었다. 평소같으면 눈칫것 또래아이들이 없는 길을 택해서 움직였을텐데..

'왜 아이들은 날 싫어하는 걸까..?'

7살 아이에겐 생각하기 벅찬일이다.

'모르겠어..'

하르킨 마을은 알프 연방령 소속의 개척마을이다. 안힐라스 대륙정벌이 들불처럼 일어나는 시기가 지나 이종족과의 영토분쟁이 어느정도 고착화된 지금, 개척마을은 자국의 점령지를 조금이라도 늘리려는 각 국가의 최선의 포석이 된다. 인간에게 점령되고 인간을 위해 변형되어가는 자연은 이종족의 생활터전을 앗아감과 동시에 인간에게 전쟁을 치를 여유를 주기 떄문이다. 물론 개척마을의 폐단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개척마을 자체가 각 국의 최전방 요새를 겸하는 경우가 많기에 대다수의 거주민이 군인 혹은 용병과 그 가족인 경우가 많다. 그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는 신대륙 개척이라는 원대한 계획에 가려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언젠가는 큰 문제가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후우..”

단은 물에 다시 제 얼굴을 비춰본다. 넘어졌을때 엄마의 가르침대로, 몸을 둥글게 말고 양손으로 얼굴과 머리를 감싸 눈과 코를 보호하긴 했지만.. 악센의 무지막지한 힘은 단의 가드를 소용없게 만들 정도였다.

'이래선..'

단은 퉁퉁 부운얼굴에 물가에서 주운 찬 조약돌을 가져다 댄다. 찌르르한 냉기와 함께 얼굴이 화해 지는 느낌이다.

'엄마한테 뭐라고 하지…'

퉁퉁부어 아픈 얼굴도 문제지만, 엄마에게 해명할 말도 필요했다.

'그냥 싸웠다고 할까..? 싸우면 혼난댔는데..'

마을 아이들의 괴롭힘이 심해진건 최근의 일이었다. 제 형이 사냥에서 시체가 되어 돌아온 이후, 눈에 불을 켜고 단을 찾아내 괴롭히기 시작한 악센의 얼굴엔 일종의 경건함마저 엿보일 정도였으니까..

일대일이라면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었다. 또래에 비해 유연하고 탄력적인 움직임은 그걸 충분히 가능하게 했다. 단 역시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싸우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둘러싸 벽을 만들면 방법이 없었다. 일곱살의 나이로 악센의 힘을 당해낼 재주가 없는것이다.

'이유라도 좀 알았으면..'

대부분의 개척마을의 어린아이들은 용병, 혹은 파견 나온 군인의 자식이다. 어른들이 사냥-이종족과의 전투-을 나간 사이엔 마을은 온전히 아이들의 차지가 된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다툼은 아이들의-본토의 또래들에 비해-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칠고 잔인하게 비춰질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곳은 전장의 첨두.. 강하거나, 강한자를 이용하거나, 강한자에게 빌붙어 살아가야 하는 강자존의 법칙이 나이를 상관않고 찾아오는 곳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제 한몸을 지키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 치기어린 싸움은 아이들에게 곧 놀이이며, 훈련이고, 유사시를 대비한 실전인 것이리라..

“에잇 모르겠다! 엄마나 보러 가야지..”

이틀만에 돌아오는 엄마를 보러간다는 생각에 단은 아픔도 잊은채 마을입구까지 내달리 수 있었다. 잠시후 마을의 문이 열리고 -개척마을은 낮게나마 목책을 가진 요새형태로 건설된다.- 일련의 사람들이 걸어들어왔다. 몇몇은 지친모습으로, 몇몇은 의기양양하게 들어오는 무리속에서 단은 재빨리 엄마를 찾았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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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로즈의 눈 앞으로 꼬맹이 하나가 쏜쌀같이 내달려온다.

“이얏~!”

달려오는 꼬맹이를 덥썩들어 안아버리는 로즈..곧 아이의 뺨에 얼굴을 비빈다.

“우리 아들 잘 있었어?!”

“응! 응!”

“휘유, 이거 자식없는 놈팽이 서러워서 살겠나. 거 누님 겨우 이틀이요..”

뒤따라 오던 케이나인 투덜거린다.

“그래 이~~틀이지..우리 아들 보고싶어서 얼마나 힘들었는데..”

“나도 나도..”

이틀만의 모자상봉, 로즈의 얼굴엔 기쁨이 충만했다.

“허허 뭐 좋을때지. 이런 낙이라도 있어야 돌아올 만하지 않겠나..”

“그럼 영감님도 자식농사나 지으십쇼. 대체 몇년째 총각인거야..”

”..허허..이제 다 늙어서 무슨..”

머리가 히끗 히끗한 노년의 사내가 너스레를 떤다. 어느세 손을 붙잡고 집쪽으로 걸어가는 로즈 모자.

“그래 이것도 다 복인게지..”

매의 눈으로 전장을 보라

복수는 나의 것

그리움이 튀기에게 미치는 영향

어머니의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