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리는 카레발리나의 남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 쿤[드래고니안 어로 '밝다'라는 뜻입니다.]족 출신입니다. 지카리의 유년기는 특별함이 없었습니다. 드래고니안의 번식기는 50년에 한번이고, 마치 누군가 그렇게 정해놓은 것 처럼 한번의 번식기에는 한개의 알만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유년기의 드래고니안들은 부족 전체의 보호를 받고, 지카리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지카리는 유년시절부터 유순하고 쾌활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특별한 훈련 없이도 신체는 드래고니안 기준에서도 건장하게 자랐습니다. 자신은 그것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았지만 지카리의 건장한 신체는 지카리의 부모와 부족사람들에게 지카리에 대한 '전사'로서 거는 기대를 크게 만들었고, 전투 기술과 사냥감의 추적법, 야외에서의 생존법 등을 심혈을 기울여 가르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카리는 그것들을 '대충' 배웠습니다.
그런 유년시절이 지나고 드래고니안의 성년식이라고 할수 있는 첫번째 사냥에서, 보통은 일어나지 않지만 지카리는 광분해 버렸습니다. 백 몇 십여년의 시간이 흘러 이제는 그 광분의 이유(아마도 가르침을 '대충' 받은 것과 긴밀한 관계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가 무엇인지 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그 첫번째 광포후에 느꼈던 아찔하고 아득한, 마치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 같은 기분 만큼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그게 아마 '진짜' 지카리의 시작이었을 것입니다. 첫번째 광포후에는 그저 '이건 기분나쁜 일이구나…앞으로는 주의해야겠다.' 정도의 마음일 뿐이었습니다. 어쨌든 그런 첫 사냥후에 지카리는 성인의 호칭을 받았습니다. '카타'는 '타오르다'라는 뜻이고, 어째서 그런 호칭을 받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성인의 호칭은 부족지도자의 권한이기에 별다른 이견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또 평범하게 사냥하고, 집을 짓고, 부족의 아이들을 돌보며 살다가, 150여살 정도가 되었을 때, 당시 200살 정도였던 미망인과 결혼하게 됐습니다. 손이 귀한 드래고니안이었기에 미망인과의 결혼이 특별한 일은 아니었지만 드래고니안들의 풍토상 보통 미망인들은 한번 결혼했던 남자와 결혼하는게 보통(드래고니안은 생활상 성구분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로 남편을 잃는 아내만큼 전투로 아내를 잃는 남편들도 많습니다.)이었지만, 아직 어렸던 지카리가 보기에 성숙하고 지혜로웠던 그녀는 아직 남은 350평생을 함께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 선택은 틀림이 없었고,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아내를 잃은지 100여년이 되어가는 지금 조차도 아내와 함께 했던 10여년의 짧은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며 단 한치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도, 그녀도 번식기를 막 지나서 결혼했기 때문에 알을 갖지 못한 것 정도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아있고, 그렇기 때문에 지카리가 종족을 불문하고 아이들을 보호하려고 노력하게 된 것 같습니다.어쨌든 지카리의 아내는 지카리에겐 정신적 스승과도 같았습니다.
그녀는 나이가 아주 많은 건 아니었지만 지혜로웠고, 드래고니안들이 대체로 그러하지만 자연을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사랑은 '의무감'이라는 말로는 표현할수 없는 기품이 있었고, 그녀의 기품속에서 지카리는 공정함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행복한 10여년의 세월이 흘렀을 때,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습니다.
지카리와 지카리의 아내가 카레발리나 남부 해안을 보러 나가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었지만, 그곳에서 주라-크탄(용호랑이) 가족과 마주치게 된 것은 아주 아주 예상외의 일이었습니다. 주라-크탄은 카레발리나 생태계의 가장 꼭대기 부분에 위치하지만 성격이 흉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새끼가 있는 주라-크탄은 용과 호랑이라는, 두가지 무서운 것의 이름을 섞어놓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도록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지카리와 그의 아내가 만난 주라-크탄 가족들은 두마리의 새끼가 있는 상태였습니다. 대치상태랄것도 없이 두마리의 주라-크탄이 달려들었고, 여태까지도 전투에 능숙하지 않았던 지카리는 치명상을 받으며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그 현명하고 사랑스럽던 아내가 광포에 빠져버렸습니다. 싸움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지카리는 아내의 오른쪽 어깨가 뜯겨나가는 상황에서도 주라-크탄의 목을 물고 놓지 않던 장면만은 각인처럼 남아있습니다.
처절한 싸움 끝에 아내는 주라-크탄 두마리를 모두 쓰러뜨렸지만, 광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남아있는 새끼들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그리고 지카리는 그런 아내의 이빨에 자신의 목을 내어주며 막아섰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지카리의 목을 문채로 정신을 차렸습니다. 아내는 “미안해.” 라고 말하고, 분명 안도감의 눈빛으로 주라-크탄 새끼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나지막하지만 분명하게 “고마워.”라고 속삭이며 무너졌습니다.지카리는 아내에게 물린 목에서는 피를, 그리고 아내의 마지막을 봐야했던 눈에서는 피만큼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아내의 시신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지카리는 그들(드래고니안들)의 광포는 저주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싸울 수 없었던 자신을 한탄하며 다시 무기를 손에 쥐었습니다.
부족에 돌아온 지카리는 지도자에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우리들이 통제할수 없는 분노는 정말 용의 뜻이란 말인가? 지도자는 자신이 아는 선에서 대답해줬지만, 그 대답들은 위안이 되기에는 부족한 것 이었습니다. 고민끝에 지카리는 계시자를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몇달여의 여행끝에 용들이 남겨놨다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그리고 알수없는 언어들이 조각된 비석들이 펼쳐져있는 계시자의 부족에 도착했지만, 그런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지카리는 부족에 도착하자마자 쉴틈없이 계시자를 찾았습니다. 계시자는 지카리의 말을 차분하게 끝까지 들어주었고, '그것이 용들의 뜻이 아니었다는 것 만은 말해줄수 있네, 하지만 답은 스스로 찾아야 할게야.' 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카리는 자신의 부족으로 돌아왔고 한동안은 식음을 전폐하며 살았습니다.
그리고 어느날밤, 아내의 마지막 순간의 안도의 눈빛을 떠올리고, '고마워'라는 말을 되네이며, 평상시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그렇게 평범하고, 그리고 광포에 대한 끝없는 의문과 함께한 몇십여년이 지난 어느날, 계시자의 부족에서 사자가 찾아왔고, 지카리는 두번째로 계시자를 만나게 됐습니다. 계시자는 “자네의 답은 남쪽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라는 말을 시작으로, 남쪽의 안힐라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인간들에 대한 일들, 그리고 자연이 느끼는 고통, 그리고 지카리의 천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마지막으로 용이 음각되어 있는 도끼를 건네며 말 했습니다.
“자네는 다른 이들과는 해야 할 일이 다를 것이야.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을 지키고, 자네가 찾아야 할 것을 찾길 바라네.”
그리고 지카리는 제국력 522년 안힐라스에 도착했습니다.
안힐라스에서 지카리는 곧장 노스텔지에어 합류했지만 다른 드래고니안들과 함께 행동하진 않았습니다. 주로 이종족들과 합류해 전투를 벌였고, 그들에 대해 배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539년 현재 지카리는 드워프들의 맥주라면 사족을 못쓰는 맥주애호가가 됐고, 적당한 전투경험을 했으며, 아직까지 공정함과 자신의 신념을 잃진 않았지만, 여전히 답은 보이지 않습니다.
-추가설정
주라-크탄 뼈 갑옷: 지카리의 아내가 죽인 주라크탄들의 뼈로 만든 갑옷 세트입니다. 자연에서 만나서 싸운 상대기에 그냥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카론: 안힐라스에서 만난 드래고니안 의사 입니다. 지카리도 드래고니안 중에서는 꽤 특이한 편이지만, 이 친구는 더 합니다. 안힐라스의 약초와 의술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고 있으며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카리가 광포에 대한 의문을 풀기위해 이 드래고니안 '의사'를 찾아가면서 알게 됐습니다. 여지껏 큰 도움이 되진 않았습니다만 타지에서 만난 동족은 언제든지 반가운 법입니다.
댓글
구문을 한두 군데 수정했습니다. (변동 사항은 이전 버전 참고) 아주 긴 문단은 가독성이 좋지 않으니 나누시는 것은 어떨까요?
배경 재밌게 잘 봤습니다. 특히 마지막 문장이 잔잔한 감동을 주네요. 기본적으로 다정다감한 인물이 상처를 입고 고뇌하는 거 완전 좋아합니다 ㅎㅎ 게다가 과부에게 총각장가든 낭만주의자라니, 멋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