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 신탁

메이져 알카나

0. 광대

이 없는 입을 벌리고 웃는 노인은 언제나 즐겁다. 시끄러운 개 한마리에 의지해 그는 도시와 시골의 구불구불한 길들을 끝없이 헤맨다. 굳게 감긴 두 눈은 눈알이 없이 움푹 패여 있다.

I. 마법사

말솜씨 좋은 남자는 시장이 열릴 때마다 좌판을 펼쳐놓고 향료와 비단과 무기, 온갖 신기하고 이국적인 물건을 판다. 언제나 그의 관심사는 그가 받는 동전이다. 동전을 받을 때마다 그는 희망에 찬 눈으로 살펴보고는 작게 한숨지으며 주머니에 넣곤 한다. 그리고 그는 다시 싱글싱글 웃으며 손님을 기다린다.

II. 여사제

천막에 들어가 그녀가 지키는 거울을 들여다보면 자신이 죽는 날을 볼 수 있다고 한다.

III. 황후

몇 년 동안이나 의식 없이 앓아누운 성주의 정숙한 부인이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자 가신과 하인들은 조용한 공황상태에 빠진다.

IV. 황제

죽은 군주가 사망한 날 이후로 그믐달이 뜬 밤이면 그 유령이 성 동쪽에 나타난다는 소문이 있다. 그러나 그곳에서 기다린 이는 모두 아침이면 시체가 되어 있었다.

V. 대사제

수도승의 허리띠에 찬 열쇠꾸러미에는 그가 한 번도 사용한 일이 없는 커다란 열쇠 두 개가 있다. 어느날 그는 상급자의 소환을 받는다. 그 두 개의 열쇠를 가지고 오라는 지시와 함께.

VI. 연인

말 한 마디만 하면 도시를 얻을 수 있었던 젊은 사람은 허름한 차림으로 뒤돌아보지도 않고 성문을 나선다.

VII. 전차

긴 공성전 와중에도 시민들의 사기는 조금도 꺾이지 않는다. 매일 성벽에 나와 함께 싸우고 그들을 독려하는 처녀는 영주님이 반드시 오신다고 했다.

VIII. 힘

나라에 도는 역병은 어린아이를 희생해야만 그친다는 신탁이 내리자 도시에서는 제비를 뽑았다. 나온 이름은 군주의 유일한 후계자인 다섯 살짜리 아들이다.

IX. 은둔자

외딴 산간 마을은 몇 주째 눈 때문에 외부와 단절되었다. 식량이 떨어져가자 한 젊은 사람이 나서서 눈길을 뚫고 외부로 나가기로 자원했다.

X. 운명의 바퀴

모두에게 용맹을 칭송받는 이복형이 부상당해 앓아눕자 지휘권은 그에게 돌아왔다.

XI. 정의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인은 그가 오래 전 시골에 버리고 온 조강지처에게 꾸러미 하나를 전하고 싶어한다.

XII. 매달린 남자

조용하고 쾌활한 행상은 마을에 들를 때마다 밤이면 교수대를 찾아갔다가 새벽에야 숙소로 돌아간다. 어느날 밤, 마을의 한 아이가 교수대로 향하는 행상의 뒤를 밟는데..

XIII. 죽음

아깝게 간 꽃다운 젊음의 관 앞에는 흰 꽃이 놓여있다. 촛불로만 밝힌 밤의 어둠 속에서 손 하나가 꽃을 집어든다.

XIV. 절제

전쟁으로 난민들이 모여든 도시에서는 날이 갈 수록 갈등의 골이 깊어만 간다.

XV. 악마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잘생기고 말 잘하는 유혹자.

XVI. 탑

도망치다가 돌아보아도 밤하늘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탑에서 오르는 불길뿐이다. 그의 오만과 패배를 비웃는… 앞을 보면 좁고 험난한 길은 어둠기만 하다.

XVII. 별

비틀거리며 숲을 혼자 걷던 처녀는 깊은 숲속 샘에서 조심스럽게 물을 마신다. 강렬한 빛이 어둠을 가르고,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빛을 향해 다가간다.

XVIII. 달

틀림이 없느냐고 묻는 귀족에게 점쟁이는 틀림없다고, 나리께서 다음 군주가 되신다고 말한다. 밖에는 으슥한 밤에 달만이 창백한 얼굴을 비친다.

XIX. 해

태양 아래 청년들은 힘껏 숲속으로 말을 달린다.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

XX. 심판

피투성이 형제가 발밑에 쓰러진 모습을 내려다보며 칼을 든 그는 미소를 짓는다.

XI. 세계

날마다 사원의 가장 신성한 내부에서 분향하고 기도하고 축복하는 사제들도 성소에 드리운 휘장 뒤에 무엇이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마이너 알카나

지팡이

지팡이의 하나

도시에 처음으로 들어선 젊은 사람은 빛나는 저택에서 떵떵거리며 사는 것이 평생의 꿈이 되었다.

지팡이의 둘

고향에 두고온 연인이 있는 젊은 사람에게 훨씬 돈도 많고 신분도 높은 이가 유혹하는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팡이의 셋

그녀는 새벽빛 속에 항구로 들어오는 배를 향해 애타게 달린다.

지팡이의 넷

산꼭대기에서 굽어보는 마법사의 산성은 견고하고 거의 난공불락이다. 심지어는 오랜 유령의 공격에도.

지팡이의 다섯

나이든 군주의 자녀들은 아버지의 자리를 두고 끝없이 경쟁하고 각축을 벌인다.

지팡이의 여섯

모두가 그를 칭송하는 개선 행렬 와중에도 장군은 가끔 그를 쫓는 죽음의 그림자를 찾아 뒤를 돌아본다.

지팡이의 일곱

폭군의 실각은 끝이 아닌 시작이었을 뿐, 공동의 적이 없어진 혁명 세력은 공중분해하고 있다.

지팡이의 여덟

늙은 점성술사는 지금의 군주를 실각시킬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팡이의 아홉

진언을 한 죄로 폭군에게 눈이 인두로 지져지고 추방당한 신하는 시골에서 딸과 함께 조용히 지내고 있다. 딸은 가끔 며칠씩 집을 비우곤 한다.

지팡이의 열

그는 모든 것을 잃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아무도 믿지 못하고, 나날이 지쳐가고 있다.

지팡이의 시종

어린 후계자가 가출하자 집안은 발칵 뒤집혔다.

지팡이의 기사

자신만만한 젊은이는 보물지도를 내보이며 함께 위험을 무릅쓸 고용인을 찾는다.

지팡이의 여왕

그 집안의 실세는 야심차고 아름다운 그집 마나님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지팡이의 왕

그는 위풍당당한 군대와 함께 원정을 떠난다.

검의 하나

아버지의 시신에서 칼을 뽑아든 젊은이는 복수를 맹세하고 또 맹세한다.

검의 둘

여인은 술주정뱅이 남편의 부당한 대우에 침묵하고 인내하지만, 눈빛에서는 분노가 가시지 않는다.

검의 셋

그는 죽은 친구의 시체를 앞에 두고 망연자실해서 피에 젖은 무기를 떨어뜨린다. 여인은 시체 곁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검의 넷

격렬했던 전투가 지나간 후, 심하게 부상당한 전사는 은둔자의 오두막에서 가까스레 눈을 뜬다.

검의 다섯

자신만만한 젊은 사람은 경쟁을 할 때마다 동기들에게 쉽사리 이긴다. 곧 부름받으리라 믿어마지 않으며.

검의 여섯

배를 타고 물을 건너는 현자는 다가오는 도시를 자신만만하게 바라본다. 여기에서야말로 불로장생의 비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검의 일곱

그의 길목에는 시기하는 경쟁자가 보낸 암살자가 기다리고 있다. 궁정에서는 그의 죽음을 알리고 대책을 논할 태세가 되어 있다.

검의 여덟

짐승처럼 우리에 갖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포로는 한밤에 찾아온 방문자에게 힘없이 시선을 쳐들고, 방문자의 제안을 말없이 듣는다.

검의 아홉

재산을 도둑맞거나 사기당해 잃을까 불안한 부호는 건드리는 사람에게 재난을 일으키는 악령에게 창고를 지키게 한다.

검의 열

비참하게 죽은 후 나무 밑에 묻힌 사람의 영혼이 나무 주변에 맴돌고 있다.

검의 시종

아주 똑똑하고 말을 잘하는 어린아이, 그리고 눈을 번뜩이며 아이를 지키는 양육자.

검의 기사

“상관없어.” 날카로운 눈의 전사는 말한다.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 다 쓸어버려.” 눈빛은 이미 지붕과 성벽을 지나 머나먼 들판을 내달리고 있다.

검의 여왕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은 우아하고 교양이 넘친다. 혹자는 그녀에게 불길한 힘이 있다고 한다.

검의 왕

모든 것을 갖춘 그를 망칠 수 있는 것은 그 자신의 의심과 불안뿐이다.

잔의 하나

솟아나는 맑은 샘물 곁에서 두 아이가 우정을 맹세한 순간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잔의 둘

연회에서 한 번 마주친 사람을 젊은이는 몇 년째 찾아헤매고 있다.

잔의 셋

경사를 축하하는 성대한 연회는 어떤 이들에게는 굴욕적인 패배의 상처에 소금을 들이붓는 격이다.

잔의 넷

부호의 망나니 아들은 끝없이 새로운 자극을 찾아헤매고 있다. 마시면 낙원과 같은 꿈을 꾸게 된다는 미약을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손에 넣고 싶어하는데…

잔의 다섯

배우자가 다른 사람에게 홀려서 떠나버린 젊은 부모는 어린 자녀만 데리고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

잔의 여섯

오래되어 바랜 연애편지에서 출생의 비밀에 대한 단서를 얻었다.

잔의 일곱

혼기가 찬 젊은 사람은 지금의 연인보다 훨씬 멋진 사람이 구애를 해오자 들떠 있다. 그의 정체는 까맣게 모른 채…

잔의 여덟

도시를 부흥시켰던 예언자가 도시 외곽의 초라한 움막에 환생했다.

잔의 아홉

주점에 간 그는 여러 해 동안 찾아헤매던 바로 그 사람과 마주쳤다.

잔의 열

전쟁에 끌려나왔다가 포로가 된 젊은 남편은 첩자가 된다면 귀국시켜주겠다는 제의를 받는다.

잔의 시종

후계자가 죽자 그는 시골에 있는 서자를 부르러 사람을 보낸다.

잔의 기사

젊은 마굿간지기는 고귀한 아가씨를 사랑한 죄로 옥에 갇힌 채 내일 아침에 죽임을 당할 것이다.

잔의 여왕

인자한 할머니는 손주들이 찾아오면 맛있는 음식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러나 잠근 장롱 서랍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절대로 입을 열지 않는다.

잔의 왕

신비한 힘을 보이는 예언자는 반대자에게는 결코 관대하지 않다.

동전

동전의 하나

밭에서 일하다가 오래된 금화를 캐낸 농부에게, 동전의 영은 동전에서 꺼내준다면 크나큰 부를 약속한다.

동전의 둘

도시 서기는 수없이 밀려오는 서류에 서명하느라 형기를 마친 어느 죄수의 석방 서류를 빠뜨렸다.

동전의 셋

화가는 실력을 인정받아 작품을 의뢰받았다. 그러나 금욕적인 사제는 그림이 신성모독이라며 파괴해버릴 계획을 세운다.

동전의 넷

구두쇠 부호가 구걸하러 온 노파를 박대하자 노파는 이 집에 손이 씨가 마르는 저주를 내린다.

동전의 다섯

한때 도시를 호령하는 권력자였던 늙고 병든 걸인.

동전의 여섯

거리에서 굶던 아이는 어느 친절한 사람의 도움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제 그 아이는 점령군의 선두에 서서 어린 시절의 도시에 돌아왔다.

동전의 일곱

아버지가 죽은 어린 후계자는 영특한 기질이 보이지만, 아직은 어린아이일 뿐이다.

동전의 여덟

필생의 역작이 불에 타자 장인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동전의 아홉

남편을 먼저 보낸 돈많은 여인은 두문불출하고 집안에만 지내고 있다. 어느날 한 남자가 그녀에게 구애하려고 문앞에 나타났다.

동전의 열

몇 년을 찾아헤매던 그는 드디어 깊은 산속에서 황금맥을 발견했다. 바로 뒤에 도적떼가 따르는 것도 모른 채.

동전의 시종

똑똑하고 예쁜 어린 처녀에게는 벌써 약혼을 시키자는 혼담이 몰려든다. 그녀는 신랑감을 고를 시험을 제안하는데…

동전의 기사

젊은이는 마지막 남은 돈을 털어 장사하러 떠난다.

동전의 여왕

현명하고 정숙한 그녀의 유일한 흠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이다.

동전의 왕

큰 재산과 권력을 이룬 그는 과거에 지은 죄 때문에 언제나 마음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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